제39화
주작 거리에는 자리 잡고 있는 가문들은 모두 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명문가다.
거리는 넓고 마차로 붐볐으며 일렬로 늘어선 건물은 웅장하게 높이 솟아 있으며 대저택 앞에 웅크리고 있는 돌사자는 문을 지키는 호위무사들보다 더 위풍당당했다.
장춘부원군 저택도 그중에 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안채 깊은 곳의 주축인 명화당은 후부의 안주인인 박순영이 지내는 곳이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날이면 그녀의 자손들과 며느리들은 항상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박순영은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딸은 비슷한 배경의 후작 집안에 시집갔으며 큰아들은 후작 작위를 이어받았고 둘째 아들은 호부에서 근무하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5품 벼슬을 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며느리가 바로 강청서에게 선물을 주러 왔던 손주영이다.
평소 출신 가문과 능력이 평범한 손주영은 박순영 앞에서 거의 투명 인간처럼 지냈고 그녀를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상석에 앉아 있던 박순영이 손에 쥐고 있는 108알의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첫마디로 그녀에게 물었다.
“순영아, 이총 골목에는 가 보았느냐? 민하가 그 아씨를 양어머니로 모시고 온 것이냐? 이제 그 아씨를 집에 한 번 데리고 오려무나. 한규 스님이 말씀하시길 그 아씨가 크게 복 받은 귀인이라고 하더구나. 지금은 그 아씨가 우리 후부 덕을 볼지 몰라도 장차 우리가 덕을 볼 일이 있을 것이다.”
손주영은 조금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 품에 안겨 있는 민하에게 눈치를 주며 밀어냈다.
민하는 아장거리며 박순영한테 달려가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비비며 어리광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할머니! 누이가 말하길 아직 시집가지 않은 여인이라 항렬이 낮아 민하의 양어머니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박순영은 가장 아끼는 어린 손주를 품에 안고 이마에 뽀뽀하면서 다시 손주영에게 말했다.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구나. 가정 환경은 어떻더냐?”
궁상맞은 선비의 누이동생일 뿐이다.
손주영은 목구멍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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