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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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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현익의 가늘게 뜬 눈빛에서 놀라움이 스쳤다. ‘이 여인이란 말인가? 어젯밤에 좀 더 부드럽게 대했던 것을.’ 긴 한숨을 내쉰 이현익이 손을 내밀어 강청서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오라버니와 의지하면서 살았으나 찢어지게 가난하여 절에서 지냈습니다. 이 옥패는 절에서 주운 것이고요.” 그녀를 일으키려던 이현익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자, 강청서는 고개를 들었다. “대군마마께서는 이 옥패를 가져온 자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던 이현익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의 뼛속을 파고들었다. “옥패는 진짜가 맞구나. 하나 내 충고 하나 하지. 네 주제를 알고 소원을 말해야 할 것이다.” 강청서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설마 내가 왕부에 들어가 첩 자리라도 요구할 거로 생각하는 건가? 퉤! 그런 썩어빠지고 부패한 곳은 죽어도 다시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 “소녀는 자기 분수를 잘 아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대군마마.” 그녀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조금 전 대군마마께서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주셨죠. 오천 냥의 은자나 왕부에 들어가 시녀가 되는 것. 아까는 제가 실수로 전자를 골랐지만, 지금은 이 옥패와 오천 냥을 바꾸려 합니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양탄자 위에 무릎을 꿇은 뒤, 전생에서처럼 비굴하게 그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이현익은 그녀 등에 있던 몽둥이에 맞은 자국을 응시할 뿐 아무 말이 없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너를 첩으로 삼아주마.” ‘하!’ 그의 가벼운 한마디에 강청서의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첩이라… 만약 전생에 그리했다면 원이는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거야. 설령 걸렸다 할지라도 치료받았을 테니 내 품에서 쓸쓸하게 죽는 일은 없었겠지. 물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강청서는 고개를 숙인 채 공손한 목소리로 내면의 쓸쓸함을 숨겼다. “왕부의 문턱이 너무 높은 데다 대군마마께서는 너무 존귀하신 분이시니 소녀는 그런 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소녀를 그만 놓아주시지요. 만약 대군마마께서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현익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소녀에게 피자탕 한 그릇을 내려주십시오. 혹… 대군마마께 짐이 될 수도 있으니.” 그녀의 단호한 눈빛이 이현익의 심장 한구석을 찌르자, 이현익도 몸을 굽히더니 살기 어린 눈빛을 한 채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떠돌이 천민인 네년을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피자탕? 네년이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나. 설마 그 천한 몸으로 회임을 꿈꾼 건 아니겠지? 정 낳고 싶지 않다면 할 수 없지. 여봐라!” 그는 마차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를 불렀다. “불임탕을 가져오너라!” … 턱이 움켜쥔 채 반 사발의 불임탕을 억지로 마시게 된 강청서는 거지발싸개처럼 마차 밖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오백 냥짜리 은표 열 장도 마차 창문으로 흩뿌려지며 바람에 흩날렸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는 놀랍고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은표를 쟁탈하기 위해 밀치락달치락하며 그녀의 몸을 밟고 지나갔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약탈이 끝났지만,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온몸에 발자국과 오염물이 묻은 강청서는 여전히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반 장의 은표를 손에 쥔 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지더니 피가 치맛자락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자, 피를 밟은 사람들은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었다고요!” “근처에 의관이 있으니 일단 데려갑시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듯합니다.” 강청서는 힘이 빠져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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