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어릴 적의 기억이 찰나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강청서는 더는 깊이 헤아리지 않았다.
월병이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그녀는 문득 자신이 너무 많이 만든 듯함을 깨달았다.
월병이란 본디 체에 부담을 주는 것이니 그녀와 오라버니 둘이서야 도무지 다 먹을 수 없을 터였다.
문득 이총 골목에 사는 이웃 몇 집이 떠오르자 강청서는 몸을 돌려 우황지를 꺼내 들었다.
여섯 봉지를 곱게 싸고 봉지마다 월병을 다섯 개씩 담아 넣은 뒤 과일도 조금씩 함께 넣었다. 그리하여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인사 겸 선물을 건넸다.
머지않아 떠날 터였기에 서로를 위한 작은 이별의 정이라 여긴 것이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땐 손수 건네고 없을 땐 문턱 아래에 놓으며 정성껏 쓴 쪽지를 함께 남겼다.
마지막 남은 집은 바로 이웃에 사는 강남 상인댁이었다.
강청서가 막 문을 두드리려 하던 찰나 문이 저절로 스르르 열렸다.
눈앞에 드러난 것은 음영 자수가 놓인 도포 자락 한 귀퉁이었다.
그 의복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강청서가 고개를 들려는 순간 쾅 하고 문이 거칠게 닫혔다.
굳게 닫힌 대문을 망연히 바라보며 그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 가늠치 못했다.
문 뒤.
이현익은 눈빛에 스민 당황스러움을 애써 억누르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는 목청을 조이며 문틈 너머로 평소보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뉘시오...?”
문밖.
강청서는 그 소리를 듣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이 이가 소문으로만 듣고 아직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 강남 상인인 것인가?’
‘허나 이 목소리는 전혀 배불뚝이 상인의 인상은 아니잖아...’
생각이 채 깊어지기 전 문 안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웃에 사는 강 낭자시지요? 지난번 보내주신 옥피리 잘 받았습니다.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말에 강청서는 자연스레 부드럽고 고요했던 그날 밤을 떠올렸는데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검은 영웅에게 준다 하지 않습니까. 저나 오라버니나 피리는 다룰 줄 모르옵니다. 그대께 드린다 한들 아깝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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