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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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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가마가 저택 문 앞에 멈추었을 때 강청서는 온 뜰을 물들인 찬란한 금빛을 바라보며 눈빛에 잔잔한 온기를 담았다. 그녀는 마치 땅 위에 황금이 수 놓인 듯한 이 은행잎이 가득한 가을 풍경을 좋아했다. 막 계단을 올라 문 안으로 들어서려던 찰나, 문득 옆집 호부 대문 앞에 앉은 사내 하나를 보게 되었다. 하늘빛 외투를 느슨히 걸친 그는 속에 곱게 짠 비단옷이 드러나도록 앉아 있었고 태도는 자유롭고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계단에 앉아 앞에 세운 화틀에 붓을 놀리고 있었다. 붓끝이 흩뿌리는 먹물은 유려하게 종이를 채워갔고 잠시 뒤엔 가을의 정취를 머금은 거리 풍경이 종이 위에 살아났다. 그 그림에는 붉은 대문이 늘어선 거리며 길게 뻗은 금빛 도로가 담겨 있었고 회청색 가마와 함께 옥빛 옷차림의 여인 하나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여인은 얇은 덮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가냘픈 자태와 가볍게 떠오를 듯한 걸음새로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강청서의 옆모습이었다. 그 청의를 입은 사내는 곁에 놓인 누런 박 속의 술을 들이켜더니 그것을 계단 위에 툭 내려놓고는 그림 두루마리를 말아 손에 쥐고 강청서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가까워지자 강청서는 그 사내가 복숭아꽃처럼 은은히 번지는 눈매를 지녔고 그 눈동자엔 술기운이 살짝 어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초면에 그림을 드린다고 불손하게 여겨지지 않길 바라오.” “낭자께선 풍모가 비범하시어 궁녀의 아름다움에 여인의 단아함까지 겸하셨기에 감탄을 이기지 못하고 붓을 들어 그림으로 마음을 전했을 뿐이오.” “낭자의 존함은 어찌 되는지요? 부모님은 평안히 계시온지요?” 강청서는 얼떨떨했다. 두 생을 사는 동안 이런 사내는 처음이었다. 그림 두루마리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던 찰나, 먼저 가마에서 내린 강희천이 얼굴을 굳힌 채 다가와 그녀보다 앞서 그 두루마리를 낚아챘다. 찬찬히 그림을 펼쳐 본 그는 처음엔 험악한 얼굴이었으나 눈빛에 어딘가 의아한 빛이 스쳤다. 그림의 필치는 단아하고 묵향은 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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