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장춘부원군 댁.
박순영은 술기운에 취한 김정혁을 바라보자 애통한 심정으로 질책했다.
“이 꼴이 무엇이냐.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붓만 잡고 있으니, 장부로서 뜻을 세우고 나아가려는 마음이 털끝만치도 없구나!”
“곧 삼십이 되거늘, 네 조카들조차 혼인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너 하나만 아직도 건들건들 거리에서 떠돌고 있잖냐. 내가 눈 감은 후 대감의 유언을 어찌 지켜냈다 말할 수 있겠느냐?”
“지난번 너를 위해 한림원에 그야말로 아무나 얻지 못할 한갓진 벼슬자리를 마련해주었건만 고작 사흘 만에 종이 한 장 남기고 고개 돌려 나와버렸더구나! 그것도 다름 아닌 고승준 어르신 책상 위에 말이다!”
“아예 그 종이를 어르신 얼굴에 던지지 그랬느냐!”
김정혁은 시큰둥한 얼굴로 웃으며 대꾸했다.
“형님께 불똥 튈까 염려되어 그리한 것이지요. 제가 관직을 마다할지언정 후부는 그러지 않아야 하니까요.”
그 말에 박순영은 더욱 노기를 띠었는데 당장이라도 손에 쥔 지팡이로 놈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칠 기세였다.
비록 김정혁은 그녀가 낳은 자식은 아니나 그의 생모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곁에서 모시던 몸종이었기에 친자식이나 다름없이 여겨 길러온 터였다.
그렇건만 그가 제멋대로 자란 끝에 성질이 괴팍하기 짝이 없었다. 사내로 태어나긴 했지만 한 가문의 기둥이 되려는 뜻도 없고 아내를 맞아 가문을 잇겠다는 마음 또한 없었으며 그저 시나 쓰고 그림만 그렸다. 더군다나 풍류 기생들을 위해 시를 짓고 그들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불효막심한 자식 같으니... 김연희 그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아이와 함께 사당 앞에 꿇려야 정신을 차리려나!’
다행히 옆에 있던 김연정이 이성을 잃지 않고 나섰다.
“어르신, 오늘 도령을 불러오신 건 혼례 말씀 때문이 아니 옵니까. 성질을 다스리시옵소서.”
박순영은 이를 악물고 지팡이를 꼭 쥐고는 몇 번 숨을 고르고 나서야 얼굴빛이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김정혁을 다시 마주한 눈빛에는 여전히 노기가 서려 있었다.
“얼마 전 네게 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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