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네가 진심으로 마음에 두었다면 훗날 측실로 맞아들이면 그만일 일이다. 허나 지금은... 여봐라!”
그녀는 냉랭한 얼굴로 몸종을 불러 세우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이 불효한 자식을 사당으로 끌고 가서 밤중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하라!”
“예!”
그 말에 김정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질렸다.
...
이총 골목.
어둠 속 가마 한 대가 좁은 골목에 정차해 있었다.
가마 안, 박복선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무릎 꿇고 있었는데 눈빛은 이전보다 더 맑고 단호해 보였다.
몇 달 전의 사치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결기와 기백이 더해진 듯했다.
조상우는 방성으로 구휼을 떠난 터였다.
그가 떠나기 전 갖가지 잡무를 박복선에게 맡기고 갔으니 지금 그녀는 사실상 이현익의 두 번째 수하로 불릴 만한 위치에 올랐다.
이현익이 담담히 물었다.
“저택은 샀느냐?”
박복선은 눈빛을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군, 사들였습니다. 다만... 이번엔 옆집이 아닌 맞은편 저택을 샀습니다.”
이현익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눈동자엔 불쾌함이 서렸다. 그러자 차가운 기운이 퍼지며 가마 안 공기가 서늘해졌다.
“이런 사소한 일조차 처리하지 못하였느냐?”
박복선은 숨을 가다듬으며 조심스레 설명했다.
“옆집 두 곳은 각각 장춘부원군 댁과 윤왕부 소유라 여러 차례 접촉하였으나 양측 모두 매각을 거부하였습니다. 할 수 없이 중한 값을 치러 맞은편 저택을 사들였사옵니다.”
“허나 맞은편이라 하여도 장점이 없진 않사옵니다. 이번에 들인 별채는 지대가 조금 높고 누각이 삼 층이라 건너편 안채의 정경이 훤히 들여다보이옵니다...”
이현익은 코웃음을 치며 더는 따지지 않았다.
“알겠다.”
“짐들은 모두 들였느냐?”
“예, 대군. 뜰과 안채를 모두 깨끗이 청소하였으며 왕부의 구조와 장식 배치에 맞추어 미리 준비해 두었사오니 오늘 밤 바로 입주하셔도 무방하옵니다.”
단지 저택이 넓어 이총 골목의 저택처럼 손쉬운 관리는 어렵사옵니다. 하여 소소한 심부름부터 청소까지 도맡을 노복들을 새로 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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