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삼촌, 조카가 미리 일러두지 않았다 탓하지 마십시오. 그 강씨 가문 딸은 재앙의 근원이니 결코 집안에 들이셔선 아니 되옵니다!”
이에 김정혁은 소리 내 웃었다.
“겨우 열댓 살 된 계집아이가 악행이라 한들 어느 정도나 하겠냐? 더구나 어머니께선 눈이 밝고 마음이 정미하시니 진정 더러운 속내가 있었다면 애초에 후보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만일 그 여인을 마음에 두었다면 죄를 가득 안고 있더라도 아끼고 사랑할 것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두지 않은 여인이라면 설령 그녀가 공주라 할지라도 거들떠보지 않을 터였다.
김연희는 더 말려 보아야 소용없음을 깨닫고는 냉소를 흘리며 입을 닫았다.
그녀는 머지않아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 강씨 가문 딸의 추악한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라 믿었다.
이튿날 아침.
강희천이 아직 문밖에 나서기도 전 누군가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들어선 이는 중년 사내로 종복들이 입는 쪽빛 긴 도포를 걸치고 반쯤 허리를 굽힌 채 손에는 온갖 과일과 채소 꾸러미를 들고서 문을 열어준 강희천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강 도령과 아우께서 새 저택으로 이사하셨단 소식을 듣고 저희 어르신께서 특별히 축하 인사를 전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대는...”
강희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그 종복은 공손히 대답하였다.
“소인은 장춘부원군 댁의 하인입니다. 강 도령께 문안을 드리옵니다. 오늘 밤 저희 대감께서 향시의 주임 시험관이신 주 대감과 경성에서 이름난 젊은 진사들을 초대하여 시를 읊고 글을 평하는 연회를 여시옵니다. 대감께선 도령의 문장이 뛰어나다 들으시고 꼭 모시고자 하시어 소인을 보내신 것이옵니다. 부디 응해 주시옵소서.”
강희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대장을 받았다. 손끝에 닿는 금박의 글씨는 찬란했지만 마음속엔 깊은 한숨이 절로 흘렀다.
‘금박이 아니라 불붙은 듯 뜨거운 책임이로구나.’
강신국의 벼슬길엔 암묵적인 법도가 있었다. 바로 같은 해에 진사가 된 자들은 한 스승, 한 과거라는 이유로 훗날 관직에 올라도 서로를 아끼고 돕는 것이 관례였다.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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