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강청서는 누군가가 은밀히 그녀의 안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거리를 거닐던 중 길가에서 꽃을 팔던 아낙이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갓 따온 연꽃이오. 물에 꽂아두면 오래도록 싱그럽게 피어난다지요. 맑고 향기로우니 아가씨도 한 송이 어떠신가?”
그 말에 강청서는 예전 자신이 거리에서 꽃을 팔던 시절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연꽃 세 송이를 고르고 동전 삼십 푼을 건넸다. 꽃을 품에 안은 순간 어디선가 맑고 또렷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듯 낯선 그 목소리에 강청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저만치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빼어난 남녀 한 쌍을 보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참으로 재수 없을 노릇이었다.
‘왜 하필 외출만 하면 이 둘과 마주쳐야 하는 것인가.’
멀리서 다가오는 이는 다름 아닌 갑옷을 입고 기세 드높은 윤세진과 비단처럼 청초한 자태에 당찬 눈빛이 인상적인 김연희였다.
그들 뒤로는 십여 명의 하인과 시종들이 따르고 있었는데 백성들을 몰아내며 길을 터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색만 보아도 권세 높은 집안임을 짐작할 수 있어 하인들의 손짓이 없더라도 백성들은 이미 알아서 비켜서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침 서로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오늘 밤 연희 아가씨께서 지으신 육국부, 실로 절묘한 글이었습니다.”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 밤 전하께서 장춘부원군 댁의 김연희를 불러들였었다.
매일같이 이경원에게 무술을 가르치던 윤세진은 그때까지 양심전을 떠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첫 대면에서 그는 김씨 가문의 서녀라 불리는 이 처녀에 대해 제법 좋은 인상을 품었다.
비록 눈동자에 생기가 넘쳐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으나 그 생김새는 곱고 단정하며 경성의 여인들에겐 없는 당당하고 빛나는 기운이 감돌았기에 그는 그 다름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그날 끝내 궁을 떠나지 않았다.
뜻밖에도 그녀가 그 자리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문장을 짓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글은 난세를 서두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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