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황여정은 강청서의 진심 어린 말에 더욱 환한 미소를 띠며, 그녀의 팔을 다정히 끼고 안채로 들어섰다.
공선우가 도착한 뒤로 손님이 하나둘 더 들어섰다. 이번에 온 이들은 모두 삼, 사십은 되어 보이는 중년의 유생들이었고 아내와 자식도 있는 집안의 가장들이었다. 수염이 희미하게 얼굴에 드러났고 풍채와 말투에서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강희천이나 공선우처럼 젊은 나이에 과거에 이름을 올린 이는 드문 편이었다.
대부분의 유생들은 서른이 넘어서야 겨우 진사나 생원에 올라 과거를 치르기 위하여 상경하는 형편이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경성에서는 과거 급제자를 두고 혼처를 서두르는 일이 유독 성행했다.
젊은 나이에 진사나 진사 이상의 급제를 하면 장차 벼슬길이 창창할 터, 빨리 데려와 혼례부터 치러놓고 똑똑한 자식 몇 낳아두면 대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는 이들은 다 자리에 앉았건만 윤희준만이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선우는 윤희준을 아는 듯 익숙한 말투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윤 도령이야 뭐 늘 바쁘게 지내는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오. 사소한 일로 늦었을 테니 곧 올 것이오.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니지 않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희준의 곁에서 시중들던 하인이 정갈하게 예를 갖추며 들어섰다. 손에는 예물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그는 강희천을 향해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저희 도련님께서 오시는 길에 잠시 일이 생겨 조금 늦으실 듯합니다. 괜한 실례가 될까 하여 나리께 미리 전하라 하시어 먼저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디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자리 잡으시어 식사를 시작하십시오.”
윤희준은 강희천과 막역한 사이였다. 하인의 붉어진 낯빛과 다급한 눈동자를 본 강희천은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혹여 무슨 낭패를 당한 것은 아니더냐? 내가 직접 가보는 것이 나으려는지.”
하인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일은 아닙니다, 나리. 그저 일이 잠시 길어졌을 뿐이니 부디 마음 놓으시고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이쯤 되면 더는 사람들을 붙들어 놓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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