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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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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곁에 있던 황여정 또한 눈치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흘기며 이현익을 훑어봤지만 그 남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말끔한 얼굴로 단정히 앉아 있었다. 황여정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손을 뻗어 새 술잔 하나를 꺼내 강청서 앞에 건넸다. 그러고는 아주 작은 눈짓을 보냈다.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말이다. 어쨌든 저 사람은, 강신국 권세의 정점에 선 자다. 방금 일이 단순한 실수였든, 고의였든 간에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처지가 못 된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나았다. 강청서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말없이 새 잔을 받아 들고는 황여정에게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끝은 조심스럽게 백자 술잔의 벽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볼에 퍼졌던 열기는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앉아 있는 자리가 마치 송곳처럼 허리를 찌르는 듯했다. 왕가와 공신 가문 사람들은 평민들과 한 상에 앉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더구나 이현익처럼 내전에서 모든 권력을 쥔 자와 같은 상,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는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가 지금 조용히 그녀 곁에 앉아 술을 나누고 있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전생의 강청서는 단지 경원이가 상한에 걸렸다는 이유로 이현익의 낮 식사 시간에 불쑥 그의 처소로 찾아갔었다. 그게 얼마나 큰 불경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하인들이 젓가락으로 찬을 들고 있던 찰나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란 하인이 손을 떨었고, 그 젓가락 끝에 있던 기름 밴 채소가 이현익의 옷깃을 더럽혔다. 그 순간, 이현익이 그녀를 보던 눈빛은 싸늘하고도 경멸스러웠다. 혐오까지 섞인 그 눈빛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등골이 서늘할 만큼 무서웠다. 그는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치료비라며 은전 열 냥을 던져준 뒤, 하인들에게 명을 내려 그녀를 거칠게 내쫓았다. 불쌍하게도 그 은전은 그녀 손에서 따뜻해지기도 전에 아첨하는 하인들의 손에 모두 빼앗겨 버렸다. 경원이의 병은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몸속에 깊은 병근이 남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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