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오늘 겨우겨우 이 자리에 오셨으면 그냥 조용히 밥만 드시고 가실 것이지, 대체 왜 꼭 시비를 건단 말인가? 겨우 저 과자 한 접시, 아무리 맛있다 한들 대체 얼마나 대단하다고!’
정 그렇다면 윤희준은 직접 만들 생각도 있었다.
과자 한 접시는커녕 한 상 가득 차려도 드릴 수 있으니 강희천의 심기를 건드는 일은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이현익과 강씨 남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얽혀 있는지는 몰랐다.
허나 지난번 섭정왕부 활터에서 이현익이 강청서를 표적으로 삼아 활을 쏜 장면을 똑똑히 보았었다.
그날, 날카로운 화살 한 줄이 그녀 앞을 스쳐 날아갔었고, 그건 누가 봐도 칼끝에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강씨 남매는 어려서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강희천이 누이동생을 아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이동생이 죽을 뻔했는데 강희천이 이현익을 반기지 않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에 누가 섭정왕 이름만 꺼내도 얼굴이 굳어버리곤 했었다.
그런 강희천이 지금은 정통을 받드는 당파였다.
‘하,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로다...’
윤희준은 이조에서 관직 하나 얻어보겠다고 강희천과의 우정을 팔아가며 이현익을 이 자리에 모셔 온 것이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강희천이 지금은 대놓고 화를 안 낸 것만으로도 그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
‘이쪽을 달래놓으면 저쪽에서 일이 터지는데... 대군마마께선 또 어쩌자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시나, 식사나 조용히 하시지 말이야.’
윤희준은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썼다.
“혹 그 아이가 조씨 댁 그 손자입니까? 예전에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어찌나 야무지고 귀엽던지 참으로 보기 드문 아이더군요.”
‘그 청지기 분명 궁에서 나온 사람이라던데? 내 알 바 아니다. 지금은 그냥 이 자리만 무사히 넘기자...’
윤희준은 앞뒤 안 가리고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방금 막 튀긴 거라 부엌에 아직 남아 있을 듯하니 대군마마께서 식사 마치신 뒤에 그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현익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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