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그러고는 강희천을 구석으로 데려가 달랬다.
“강 선비, 오늘 기분이 언짢은 것은 알지만 저 두 분이 어떤 분들이신가. 아무리 언짢아도 참아야 하네!”
“오늘 이 판은 한두 시진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냥 기다리는 것도 곤란하니 여인들을 시켜 해장국을 좀 끓여 오게 하게. 저들은 저들끼리 술 마시고 우리는 우리대로 이야기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나. 자네를 위해 연회를 베풀어준 벗들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그게 좋을 것 같네.”
강희천은 그의 말이 옳다고 여겼는지 새 술을 든 이현익과 김정혁을 흘끗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뜰은 저들에게 내어주지. 자네는 다른 사람들을 불러서 함께 본채로 가세!”
...
바람에 흔들리는 꽃 그림자 아래, 촛불이 일렁였다.
달이 중천에 떴을 때쯤, 술을 마시며 시를 읊던 선비들은 결국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강희천이 가장 많이 마셨다.
하지만 그는 가장 오래 버텼다.
그는 손에 든 붓을 옆의 계수나무에 휘두르고 술병을 들어 반쯤 비웠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마당을 거닐며 시를 읊었다.
“하늘도 이제 마음을 고쳐잡고 틀을 버리고 인재를 품어주소서...”
“십 년 독서에 서릿발 머리칼이 희어졌는데 비녀에 비친 달빛이 궁궐로 스며드누나.내 공명을 묻노니...”
그는 계수나무의 울퉁불퉁한 가지를 붙잡고 계수나무 잎 사이로 하늘의 둥근 달을 바라보았다. 며칠 후면 있을 향시와 지난 세월의 고된 노력, 그리고 청서와 함께 떠돌던 시절이 떠올랐다.
‘마음이 벅차오르면서도 왜 이렇게 스스로가 가엾게 느껴지는 걸까... 앞날도 막막하기만 하고... 출세... 이제 곧 하겠지! 반드시!’
...
강희천의 손에서 술병이 떨어져 그의 옷자락을 적셨다. 그는 계수나무에 기대어 바닥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리고 별채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이현익과 김정혁은 잊은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소식을 들은 강청서는 부엌에서 해장국을 들고나오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자고 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