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길고 괴로웠다.
이튿날 밤, 강청서는 꿈을 꾸었다.
오라버니가 시험을 치르는 곳에 놓인 등잔불이 밤바람에 쓰러져 시험지에 불이 붙는 꿈이었다.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고 오라버니는 크게 놀라 불을 끄려 했지만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거세게 타올라 시험지와 함께 오라버니를 집어삼켰다...
“악!”
강청서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밖에는 여전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는 애달픔을 더했다.
바깥방에서 자고 있던 미숙은 강청서의 비명을 듣고 깜짝 놀라 촛대에 불을 붙이고 안으로 들어왔다. 창백한 안색의 강청서를 보며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씨,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강청서는 미숙의 손에 들린 촛대를 보며 꿈속의 불길이 떠올라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라버니의 시험지가 타버리는 꿈을 꾸었구나.”
미숙은 촛대를 침상 옆 협탁에 놓고 강청서를 부축해 앉히며 겉옷을 덮어주고는 손을 잡고 다독였다.
“꿈은 반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미숙은 강청서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까 봐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가 아홉 살 때, 아버지께서 산에 사냥 가셨다가 호랑이에게 배를 물어뜯기는 꿈을 꾸고 이틀 내내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너무 우는 바람에 기진맥진하셨지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무사히 돌아오셨을 뿐만 아니라 표범 두 마리를 잡아 오셨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신기해했지요!”
“그리고 그 표범 가죽으로 제게 두루마기를 만들어 주셨답니다!”
강청서는 미숙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미숙의 손을 잡고 자신과 나이가 별반 다르지 않은 소녀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부모를 잃고 하나뿐인 혈육에 의지해 살아가는 처지는 둘 다 마찬가지였다.
다만 자신에게는 바깥세상의 풍파를 막아 줄 오라버니가 있는 반면, 미숙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여동생밖에 없으니 모든 일을 그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했다.
“그 두루마기는 어찌 되었느냐? 월하가 혹 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