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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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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과거장 안. 종소리가 멈추자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시험장에 울려 퍼졌다. “답안을 거두어라...” 답안을 거두는 동안에는 말을 해서도, 움직여서도, 붓을 잡아서도, 두리번거려서도 아니 되었다. 강희천은 답안에서 손을 떼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종이에 빼곡하게 적힌 해서체 글씨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피로가 스쳐 지나갔다. 올해 시험 문제는 어렵고 까다로웠지만 사서오경 육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책론은 나라와 백성에게 중요한 시사 평론으로, 방성을 예로 들어 각지의 병충해를 다스리고 예방하는 방안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다. 북쪽 지방에는 진딧물이 많고 특히 봄철에 가장 심했으며 남쪽 지방에는 메뚜기가 많아 가을철에 창궐했다. 나라의 근본은 농사에 있었다. 강희천은 남쪽에서 북쪽까지 두루 돌아다녔고 가난한 농가 출신이기에 흉년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역대 관리들의 농업 관련 저서를 참고하여 예리하게 분석하고 논증했으며 답안 형식은 퇴계 선생의 문체에 맞춰 작성했다. 그는 사흘 내내 몰두하느라 누이가 챙겨준 도시락도 거의 먹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답안을 거둬갈 시간이 되자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시험관이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옆 칸막이에서 종이 뭉치 하나가 그의 앞으로 던져졌다. 그는 너무 배가 고파 눈앞이 흐려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앞의 종이 뭉치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짙은 붉은색 관복을 입은 시험관이 험악한 표정으로 그의 앞에 다가와 갑자기 나타난 종이 뭉치를 한 손에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수험 번호가 적힌 나무패를 잡았다. “강남도 이천현 옥도면 청하촌 강희천, 형조 6년 생원, 농민, 보증인 김대형, 사윤주...” 시험관의 얼굴은 흙빛이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 “강남의 문풍이 맑기로 이름 높은데 어찌 이런 비열한 부정행위자가 나왔단 말인가?” 강희천이 대답할 틈도 없이 시험관은 그의 답안지를 빼앗아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에 거칠게 집어넣었다. “답안 무효! 이리 오너라! 과거 부정행위자를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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