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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여미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곽희자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곽희자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가 어떤 표정이든 여미주는 할 얘기만 하고 경멸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 다음 위층으로 올라갔다. 곽희자가 다급하게 따라왔다. “사모님, 전 진씨 가문에 한평생을 바쳤어요. 사모님보다 이 집에 더 오래 살았다고요. 게다가 절 포레스트로 보낸 건 큰 사모님이세요. 사모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제가 만만해 보여요? 무슨 자격으로 절 내쫓는 거죠?” 여미주가 회전계단 위에 멈춰 서더니 차갑게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곽희자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녀에게서 진우진과 비슷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 집에서 난 가정부 하나 내보낼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군요.” 자신을 비웃는 듯한 말투였다. 곽희자가 의기양양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전 큰 사모님의 사람입니다. 도련님께서도 늘 저를 존중하셨다고요. 사모님, 얌전히 있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야 이 집에서 밥이라도 얻어먹고 살 수 있어요.” 여미주는 더는 그녀와 말을 섞지 않고 대신 휴대폰을 들어 곽희자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 진우진과의 통화 화면이 떠 있었다. 그녀는 스피커폰을 켜고 곽희자가 듣는 앞에서 진우진에게 말했다. “들었지? 난 이 집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사람이야. 진우진, 아주머니를 오늘 자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곽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휴대폰 너머의 진우진이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곽희자의 말을 잘랐다. “곽희자 씨, 당장 짐 싸서 포레스트에서 나가요.” 곽희자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련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여미주는 전화를 끊은 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가정부일 뿐이라 진우진이 그녀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문가희였다면 진우진의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곽희자의 짐이 무려 큰 캐리어 네 개나 되었다. 짐을 싸느라 오후 내내 분주했다. 캐리어들이 거실 바닥에 놓여있었다. 곽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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