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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함주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동도 없이 웃음거리를 구경하는 듯하다가 혀를 찼다. “남자 보는 눈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은데요? 우진이 같은 남편을 두고 이런 기생오라비를 만나다니.” 비난의 화살이 지석주에게 향하자 오히려 아까보다 침착했다. 여미주는 지석주를 뒤로 끌어당기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욕하는 건 괜찮지만 내 친구를 욕보인다면 절대 참지 않아요.” 함주원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을 말한 것도 욕보인 건가요?” “주원 씨는 문가희를 좋아하면서 지금까지 고백도 못 하고 있잖아요. 혹시 관계가 틀어져서 앞으로 호구도 될 수 없을까 봐 두려운 건가요?” 여미주가 화제를 돌렸다. 함주원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3년 동안이나 문가희의 뒤만 개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날 만날 때마다 대신 나서서 모욕했잖아요. 역시 개는 짖을 줄밖에 모른다니까요. 정말 불쌍해요.” “여미주!” 함주원이 이를 갈며 분노했다. 가게 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쏟아지자 함주원이 소리를 질렀다. “보긴 뭘 봐?” 사람들은 재벌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조용히 멀리 피했다. 지석주가 여미주의 귀에 대고 속삭였지만 목소리가 꽤 컸다. “어쩐지 뭐가 계속 짖더라니. 그 내연녀의 개였구나. 호구처럼 굴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텐데.” 함주원이 강조했다. “가희 씨는 내연녀가 아니고 나도 개가 아니야. 단지 여미주가 꼴 보기 싫어서 우진이 대신 뭐라 한 것뿐이라고.” 여미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고백할 용기만 없는 줄 알았더니 좋아하는 마음도 인정 못 하네요. 주원 씨보다 더 겁쟁이인 남자는 없을걸요?” 함주원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웃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난 미주 씨처럼 비열하지 않아서 아무리 좋아해도 더러운 수단을 쓰지 않아요.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이 딱 맞네요. 또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보면. 그나저나 미주 씨가 정말 우진이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진이 마음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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