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아무리 부부라 해도 남자가 야한 속옷을 들고 빤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니 여미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미쳤어? 누가 비행 나갈 때 이런 속옷을 챙겨?”
그녀는 진우진의 손에서 야한 속옷을 확 낚아챘다. 그러다 검은색이 어딘가 눈에 익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한 번 입었던 것이었다.
그날 진우진은 유난히 흥분하여 수갑까지 채우고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침실에서 한 번, 욕조에서 한 번, 한밤중엔 발코니에서도...
19금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너무 부끄러웠다.
여미주는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방금 고민한 게 아니라 추억에 젖었던 거였어?’
“변태 자식.”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욕했다.
예전에 속궁합이 얼마나 잘 맞았으면 지금은 그만큼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육체로만 연결된 사이이고 문가희야말로 진우진의 진짜 반쪽인 것 같았다.
여미주는 야한 속옷을 서랍 깊숙이 쑤셔 넣고 면 소재의 속옷 두 벌을 꺼내 캐리어에 넣었다.
진우진은 가지 않고 옆에 앉아 그녀가 짐 싸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웃지 않을 때면 표정이 차갑고 날카로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여미주가 짐을 다 챙기고 나서야 진우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색과 흰색 캐리어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와 깍지를 꼈다.
여미주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지금 나랑 같이 차 타고 공항까지 가겠다는 말이야?’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고작 일곱 시간 냉전하고 끝이야?”
진우진은 평소처럼 달래지 않았다. 얼굴이 어두운 걸 보면 아직도 속에 응어리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가 덤덤하게 답했다.
“네가 먼저 말 걸었잖아.”
여미주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나도 참 문제야. 왜 개한테 말을 걸어서는. 짐승은 사람 말 못 알아듣는데.”
진우진이 가지 못하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 짙은 갈색 눈동자에 어두운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대체 무엇 때문에 화났길래 말을 이딴 식으로 해?”
여미주는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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