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육성민이 말했다.
“남자 마음은 남자가 제일 잘 알죠.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예요. 요즘은 이혼하는 부부가 널리고 널렸어요. 사무장님 조건이라면 훨씬 나은 사람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아까운 청춘을 그런 인간한테 낭비해요?”
여미주의 눈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이혼하기로 했어요.”
육성민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사무장님, 아주 똑 부러지시네요.”
양태식도 거들었다.
“축하해요. 드디어 고생길에서 벗어나겠네요.”
그들의 얘기에 진우진은 가슴에 분노가 치밀었다. 회의실 테이블을 탁 하고 내려치고는 육성민과 양태식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비행 전 준비 회의가 여러분이 수다 떠는 자리인 줄 알아요? 다들 반성문 쓰고 싶어요?”
두 사람은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육성민이 얼른 입을 잠그는 시늉을 했다.
진우진의 시선이 여미주에게 향했다. 얼음장 같은 눈빛 속에 녹지 않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개인적인 감정을 업무에 끌어들이지 말아요. 사무장님 결혼 생활이 어떻든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여미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 말을 진 기장님께도 해드리고 싶네요.”
진우진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여미주는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고 태연하게 객실 상황 보고했다.
육성민과 양태식은 둘 사이의 팽팽한 기류를 눈치챘지만 아무리 봐도 어찌 된 건지 알지 못했다.
비행 전 회의가 끝나자마자 여미주는 가장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공항 방송에서 모든 항공편이 한 시간 지연된다는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미주는 잠시 휴게실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진우진 일행이 회의실을 정리하고 나왔을 때 복도에는 이미 여미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육성민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장님, 오늘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혹시 집에서 아내분하고 싸우신 건 아니죠?”
진우진이 먹구름이 드리워진 얼굴로 육성민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내 사생활에 관심이 많나 봐요? 비행 후에 2천 자 반성문 제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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