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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문가희 씨라고 알아요? 서원 그룹의 양녀인데 진씨 가문에서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항공사 최대 투자사가 서원 그룹인 거 알죠? 미주 씨가 만나는 그분이 아무리 높은 분이라 해도 서원 그룹만 하겠어요?” “내가 미주 씨의 일을 가희 씨한테 말해서 가희 씨가 신고한다면 항공부는 미주 씨의 말을 믿을까요, 진씨 가문 사람의 말을 믿을까요? 내 생각엔 미주 씨를 당장 엄벌에 처할 것 같은데.” 여미주는 곽다연의 말을 들으며 사물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곽다연이 따라와 계속 쫑알거렸다. “진 기장님 서원 그룹의 차남이고 가희 씨가 진 기장님의 아내예요. 내가 가희 씨랑 아주 친하거든요. 내 것이어야 할 명예를 되찾는 건 시간문제예요. 여미주 씨, 당신 이제 끝났어요.” 여미주는 곽다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몇 번이나 웃음을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다연 씨처럼 짜증 나는 사람이랑 친하게 지냈다는 걸 난 왜 몰랐죠?” 곽다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미주 씨는 기장님 와이프도 아닌데. 혹시 무서워서 그래요?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거예요?” 여미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무 무서워요. 그러니까 얼른 가서 신고해요.” 입으로는 무섭다고 말했지만 곽다연은 그녀의 눈빛에 담긴 조롱을 읽었다. “우쭐거리지 말아요. 곧 몰락하게 될 테니까.” 여미주는 더 이상 곽다연을 상대하지 않았다. 이런 개는 신경 쓸수록 더 날뛰는 법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물함을 찾아 비밀번호를 눌렀다. 안에 비행 전에 자주 보던 책 몇 권과 휴식할 때 덮는 얇은 담요가 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꺼내 보니 피우다 만 여자 담배였다. 담뱃불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걸 보면 오늘 아침에 핀 것인 듯했다. 여미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승무원은 비행 전에 흡연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녀는 공항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건 그녀의 물건이 아니었고 누군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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