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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진우진이 인내심 있게 말했다. “자기야, 문 열어.” 안방 안에서 여미주의 차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부터 서재에서 자든지, 별빛 별장으로 가서 동생이랑 자든지 해.” 진우진이 계속 문을 두드리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각방 쓰겠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돼.” “싫어.” 방 안, 여미주는 다리를 꼬고 침대 끝에 느긋하게 앉아 네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통보야. 상의가 아니고.” “억지 부리지 마.” 진우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안방 침대 절반은 내 거야. 네가 혼자 다 차지할 권리 없어. 문 열어.” “내가 먼저 와서 차지했어.” 도저히 말이라는 게 통하지 않았다. “내가 평소 너무 오냐오냐했지? 여미주, 제멋대로 굴어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진우진이 화를 누르며 명령했다. “3분 줄게. 문 열어.” 쾅. 작은 금속 네일 클리퍼가 문에 맞고 튕겨 나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꺼져!” “...” 3분 뒤 복도에서 발소리가 멀어지더니 완전히 조용해졌다. 진우진이 결국 위층 서재로 간 모양이었다. 여미주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자마자 발코니에서 사락사락 소리가 났다. 새가 날아오르며 나뭇가지를 건드린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2분이 지나도 그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여미주는 불길한 예감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불도 켜지 않고 창가로 달려가 커튼을 걷었다. 언제 열렸는지 통유리창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너머로 달빛을 등진 누군가가 서 있었다. “진...” 도둑처럼 창문을 넘어 들어온 것이었다. 말할 틈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진우진이 번쩍 안아 들자 여미주의 두 다리가 허공에 떴다. 어쩔 수 없이 그의 허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커튼 뒤 벽에 밀어붙이고는 거칠고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몸부림치면 두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꾹 눌렀다. 그 키스는 맹수처럼 사나웠고 분노와 억눌린 욕망을 전부 쏟아내는 것 같았다. 여미주는 점점 감당하기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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