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여미주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꺼져.”
“여미주...”
“꺼지라고!”
고개를 들고 진우진을 쳐다봤다. 두 눈에 증오가 가득했다.
“내가 미쳐 날뛰는 걸 보고 싶어서 그래?”
먹여 살리겠다는 말에 왜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끼는지 진우진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은데도 인내심 있게 달래려 했건만 오히려 뺨을 얻어맞았다.
진우진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잠깐 진정하고 있어.”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재로 향했다.
여미주는 바닥에 너무 오래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담배가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서 결백을 밝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감정을 추스르고 일어나 피임약 한 알을 꿀꺽 삼켰다.
문과 창문을 모두 안에서 잠가버린 다음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온몸이 무겁고 나른해서 이불 속에 들어가자마자 금세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안방 문을 두드렸는데 진우진이 아니라 낯선 중년 여자 목소리였다.
“사모님, 일어나셨습니까?”
‘사모님?’
그 소리에 바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중년 여자는 여미주를 보자마자 선하게 웃어 보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면 소재의 옷이 소박하고 정감 있었다. 첫인상이 참으로 좋았다.
“누구세요?”
여미주가 물었다.
“도련님이 가사도우미 센터에서 절 고르셨어요. 이름은 한계화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여미주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겉보기엔 성실하고 순박해 보였다. 앞으로 어떨지는 일단 두고 봐야 했다.
“진우진이 뭐라고 하던가요?”
“하루 세끼랑 청소 말고는 모든 걸 사모님의 요구대로 하라고 했어요.”
여미주는 팔짱을 끼고 문틀에 기댄 채 흥미롭게 물었다.
“그럼 나랑 진우진의 의견이 다르면 누구 말을 들을 거예요?”
한계화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도련님께서 사모님의 말씀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모님의 말씀을 따르려고요.”
여미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