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서류는 진우진의 손에 움켜쥐어졌고 손등의 핏줄이 솟아올랐다. 이혼 합의서 라는 다섯 글자가 그의 눈가를 붉게 물들였다.
“좋아. 후회하지 마.”
여미주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몸을 돌려 계속 짐을 쌌다.
“딴소리하지 말고 빨리 서명이나 해.”
진우진은 턱선을 굳게 다물고 휴대폰을 꺼내 2분 후에 울리도록 알람을 맞췄다.
눈치채지 않게 바지 주머니에 넣은 뒤 그의 눈빛은 예전의 침착함과 여유를 되찾았다. 손가락으로 이혼 합의서를 대충 훑어보기 시작했다.
서로 아이가 없기 때문에 합의서 내용은 간단했고 재산 분할만 명시되어 있었다.
“빈손으로 나가는 거지?”
그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너는 진씨 가문에 자선 활동하러 온 거야? 나한테 3년 동안 몸을 맡기고 이혼 위자료로 내 재산의 절반이라도 가져갈 줄 알았는데.”
여미주는 옷을 개던 손을 멈췄다.
만약 서정과 혼전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정말 위자료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진씨 가문의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마음을 비웠다.
“침대에서는 서로 좋아서 한 일이죠. 제가 손해 볼 건 없어요. 게다가 밖에서 남자 호스트는 돈을 내야 하잖아요. 진 도련님을 3년 동안 공짜로 이용했으니 제가 이득이죠.”
진우진은 얼굴을 굳혔다.
여미주는 차분히 덧붙였다.
“이 결혼으로 당신과 제가 손해 본 것이 없다면 공평한 거고 평화로운 이혼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말이에요.”
진우진은 매우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네게 3년 동안 공짜로 이용당했는데 내가 손해 보지 않았다고?”
“서로 좋아서 한 일이라고 했잖아요. 게다가 진 도련님도 꽤 즐거웠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
여미주는 눈을 돌려 그가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말했다.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진우진. 설마 서명하는 게 두려운 건 아니지?”
“이혼은 나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어. 내가 두려워할 게 뭐가 있어.”
그는 콧방귀를 뀌며 여미주가 서류에 정성스럽게 끼워 놓은 만년필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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