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진우진이 방금 전 조급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니 십중팔구 문가희가 또 발작한 것이고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미주는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짐을 싸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아직 적당한 임대 주택을 찾지 못했으니 나가 살아도 호텔에서 지내야 했고 어쨌든 진우진이 돌아오지 않으니 며칠 더 살면서 아낄 수 있는 대로 아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또 이틀이 지났지만 진우진은 여전히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으며 집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여미주는 일부러 육성민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정말 비행 스케줄이 있었다. 교대로 근무를 10일 동안 돌고 여미주는 이틀 휴가를 받았다. 휴식 시간에도 그녀는 한가롭게 지내지 않았다. 오전에는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몇몇 아파트 단지를 돌아봤는데 대부분 작은 오피스텔이었고 임대료가 비쌌으며 수도세 전기세 관리비는 더 비쌌다. 오후에는 흰 장미 한 다발과 어머니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무스 케이크를 사서 재활 센터로 갔다. “여미주 씨, 당신의 어머니이신 소혜란 씨는 지난주에 일반 병동에서 VIP 1인 재활 병동으로 옮기셨습니다. 안내해 드릴까요?” 여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건욱이 그렇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먼저 어머니를 위해 돈을 쓰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병실로 옮겨 살게 한 것은 아닐 터였다. 그녀는 물었다. “입원비는 누가 냈어요?” “젊은 여성분이셨습니다.” 여건욱이 아니었다. 여미주는 더 의아해하며 간호사를 따라 VIP 병동으로 향했다. 병실 문이 열리자 그녀의 시선은 방 안에 있는 다른 두 사람에게 향했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문가희는 어머니 휠체어 옆 낮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진우진은 어머니 휠체어 반대편에 서서 조용히 두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조화로워 보였다. 그들은 화목한 세 식구 같았다. 여미주가 들어올 때까지, 간호사가 말을 할 때까지 그 안의 세 사람은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혜란 씨, 따님이 뵈러 오셨습니다.”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