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그는 여미주의 관능적인 모습 앞에서 두 주먹을 꽉 쥐고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감히 다른 남자를 탐해?”
진우진은 싸늘한 얼굴로 몸을 살짝 숙이더니 이를 갈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여미주, 너 지금 연기하는 거지?”
일부러 약기운을 빌려 배석우와 밤을 보내려 한 것이 아니냐는 무언의 비난이었다. 하긴 그녀는 3년 전에도 그러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여미주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흐릿한 시야에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치 물을 찾아 허덕이던 물고기처럼 그녀는 힘없이 늘어진 손가락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더듬었다.
“도와줘. 제발, 나 좀 도와줘.”
진우진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그 어떤 정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
“나랑... 해줘...”
짙은 갈색의 눈동자 속에 노여움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진우진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누군지 똑똑히 봐. 난 네 배석우 도련님이 아니야.”
여미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손끝으로 그의 넥타이를 휘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끌어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넥타이를 마구잡이로 난폭하게 잡아챘다.
넥타이가 풀리지 않자 여미주는 붉게 물든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간절하게 울먹였다.
진우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주먹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그녀 앞에서 그의 자제력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척 애써 눈을 감고 청렴한 사람처럼 보이려 애를 썼다.
여미주는 초조함에 흐느끼듯 끙끙거렸고 붉은 입술로 그의 목울대에 입 맞추며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그녀는 마치 요부처럼 이성의 끈에 불을 질렀다.
진우진의 가슴이 거세게 오르내렸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내가 널 도와줄 거라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워. 욕조에 찬물을 가득 채워서 그 안에 던져 넣을 거니까...”
잔인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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