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지상욱은 어리둥절하더니 폭소를 터뜨렸다.
“너 진짜 바보 아니야? 내가 후회치를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 패까지 다 깠는데 네가 죽는다고 후회라도 할 것 같아?”
“설령 다른 꼼수가 있다고 해도 너만 사라지면 스토리가 리셋될 거야. 말해봐, 대체 어떻게 진다는 거지?”
내가 물었다.
“너, 이 세상에서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상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제복 차림의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
앞선 경찰이 영장을 내밀었다.
“지상욱 씨, 저희는 실명 제보와 더불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귀하 명의의 지산 그룹이 대규모 탈세 및 해외 장기 밀매 관련 불법 산업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금부터 법에 따라 체포하니 조사에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상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내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너야? 정나현! 네가 한 짓이야?”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다 시원했다.
“나 말고 누가 있겠어? 애초에 감성 팔이 작전은 너한테 안 먹힐 거로 짐작했어.”
그리고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너 같은 냉혈한 금수저가 아내를 희생시키고, 첫사랑이랑 친엄마 잃는다고 후회나 하겠어? 그러니까 네가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수밖에 없지.”
“재산도 권력도 지위도 모든 걸 잃고 폭삭 망해 빈털터리가 되는 것, 그게 진짜 완벽한 패배 아니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상욱 머리 위의 ‘후회치’가 0%에서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50%, 80%, 99%...
결국 100%가 되었다.
이때,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미션 성공! 축하드립니다.”
“정나현, 너 죽여버릴 거야!”
지상욱은 이성을 잃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얼굴은 일그러졌고 절대 혼자는 죽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하지만 내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경찰들이 즉시 다가와 능숙하게 그를 바닥에 눕혀 제압했다.
카펫에 닿은 얼굴이 짓눌렸고, 값비싼 양복에 먼지가 잔뜩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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