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저건...?’
김태하는 막 총각 딱지를 떼긴 했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는 아니었다. 침대보의 핏자국은 강소희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었음을 증명했다.
처녀 콤플렉스 따위는 없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잔잔한 온기가 스쳤다.
그리고 일이 끝난 뒤, 강소희가 가엾게 사과하며 맞아도 욕을 먹어도 다 감수하겠다고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강소희를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약을 먹여 달라붙으려는 비열한 여자라고만 여겼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연기력이 좋은 건가, 아니면 진심인 건가?’
오만 감정이 뒤섞였다. 그도 모르게 강소희를 떠올릴 때 이가 갈리던 분노는 옅어졌고, 침대보를 비비는 손길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방 안에 강소희만 남았을 때, 허미경이 설탕 달걀을 들고 들어왔다.
“뜨거울 때 먹어.”
강소희는 엄마가 건넨 설탕 달걀을 받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어젯밤 남주에게 오래 시달렸더니 정말 배가 고팠다.
허미경은 딸에게 살가운 말들을 이어가며 경운시에 가면 시댁에서 말수는 줄이고 일을 많이 하라고, 특히 사위 김태하와 사이를 잘 다지라고 당부했다.
약을 쓴 건 결국 이쪽이 잘못했다. 김씨 가문에서 모진 말을 해도 맞받아치지 말고 못 들은 척 넘어가라고도 했다.
“시어머니하고 지낼 때는 말 함부로 하지 마. 시어머니는 엄마가 아니야. 입으로야 무슨 말을 해도, 며느리를 딸처럼 대하진 않아. 경운시에 가면 매사에 마음 단단히 먹고, 눈치도 좀 봐.”
말을 잇다가 허미경은 눈물을 훔쳤다. 딸은 성정이 곧고 눈치가 없는 편이라, 어른들 비위를 맞추는 재치도 없었다. 시댁에서 설움 받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아무튼 마음을 사위 쪽에 더 둬. 말투는 좀 부드럽게 하고. 남자 달래는 건 어렵지 않아. 침실에서만 만족시켜 주면 집안일은 대체로 네 말을 들을 거야. 시댁 식구들이 널 잡아도 그 애가 네 편을 들어 줄 거고.”
허미경의 목소리는 떨렸다. 흑촌 마을에 있을 때는 그들이 지켜볼 수 있지만, 경운시는 남의 땅이었다. 김씨 가문이 딸을 괴롭히면 어쩌나, 생각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