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너희 둘 다, 하나같이 말도 안 듣고 사람 속만 썩이는구나.”
주화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은서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엄마, 제 생각엔 그 뚱뚱한 여자랑 오빠가 이미 합방도 했고, 오빠가 책임지겠다고까지 했잖아요. 이제 그만 끼어들어요. 송하은이라고 꼭 좋은 배필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게다가 그 여자도 문제 있어요. 강소희가 어떤 사람이든 오빠는 이미 유부남이잖아요. 그런데 오빠한테 계속 마음을 두고 있다니,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주화영이 이상하다는 듯 딸을 바라봤다.
“너, 원래 강소희 엄청 싫어했잖아?”
김은서는 조금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저야 당연히 좋아할 리 없죠. 그런데 오빠가 지난번에 강소희는 새언니라고, 제가 함부로 대하면 동생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땐 억울하고 속상했어요. 저를 제일 아껴주던 오빠가 그런 뚱뚱한 여자 편을 드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그때의 서운함을 떠올리며 잠시 입술을 깨물던 김은서는 곧 고개를 들었다.
“근데 엄마가 송하은을 그렇게 예뻐하는 거 보니까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만약 진짜 송하은을 선택한다면요? 오빠는 강소희한테도 잘해주는데, 얼굴 예쁜 송하은이면 더 잘해줄 게 뻔하잖아요. 그럼 저는 엄마한테도, 오빠한테도 사랑 못 받는 불쌍한 신세 되는 거예요.”
그녀는 점점 목소리를 낮추며 덧붙였다.
“송하은은 아빠한테도 금방 살갑게 굴 거예요. 결국 저는 시집간 딸 취급만 받을 거고요. 집에 있는 좋은 것들, 송하은이 제 몫까지 빼앗아갈 게 뻔해요. 그 여자는 욕심 많고 자기주장 강하잖아요. 근데 강소희는 그런 계산은 없어요.”
김은서가 이렇게까지 따지고 계산할 줄이야. 만약 늘 온실 속에서만 지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시골에서 살면서 아무리 가족들이 감싸주었다 해도 거친 환경은 그녀를 많이 단련시켰다.
주화영은 딸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다.
전에 김태하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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