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그 끔찍했던 결말이 불현듯 떠오르자, 강소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자신도, 김태하도 무정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어쩌면 그 점이 이 끔찍한 참극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곧,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 사건에 등장했던 의로운 청년, 도대체 누구였지?’
강소희는 다시 한번 버스 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젊은 사람이라곤 자신과 김태하뿐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장년층의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청년이라고 부를 만한 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장면 하나가 있었다. 버스에 타기 전, 어떤 부부가 겨우 표 한 장만 구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연히 부부는 따로 떨어져 출발해야 했을 상황이었는데 그때 한 청년이 자신의 표를 선뜻 내어주며 부부가 함께 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던 것이다.
그 작은 선행 덕분에 두 사람은 무사히 같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혹시 그 청년이 그 의로운 청년이 아니었을까?’
한편, 김태하는 원래 강소희에게 어떻게 승객들을 설득해 함께 나서게 만들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시 둘만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그때 차분히 물어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버스가 경운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9시를 훌쩍 넘긴 뒤였고 파출소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김태하는 근처 신문 가판대를 찾아 전화를 걸어 사건을 신고했고 약 삼십 분쯤 지나서야 경찰이 도착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일사천리였다. 김태하와 강소희, 그리고 몇몇 열혈 승객들이 협력해 강도들을 경찰차로 끌고 갔다. 강도들의 몸 이곳저곳에는 멍과 상처가 선명했고 이를 본 김태하와 일부 남성 승객들은 자진해서 책임을 지겠다며 말했다.
“우리가 때린 겁니다. 여성분들은 아무 관련 없습니다.”
다행히 경찰은 그들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넸다.
“이건 명백한 정당방위입니다. 선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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