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해가 서쪽에서 떴나?’
늘 콧대 높고 새침하던 김은서가 웬일로 먼저 “밥은 먹었냐”고 물어오자, 강소희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뜻밖의 태도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오기 전에 이미 먹고 왔어요.”
낯선 기색이 스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강소희에게도 김은서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했고 김은서 역시 이 자리가 썩 편한 건 아닌 듯 보였다.
사실 어머니 주화영은 줄곧 송하은을 큰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했고 그녀를 아들과 이어주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지만 정작 김은서 입장에서는 둘 중 누구를 고르라면 강소희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송하은 앞에서는 괜히 기가 눌려 말도 제대로 못 꺼내지만 강소희 앞에서는 적어도 한마디쯤은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사이, 주화영은 아들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소독한 뒤 새 붕대로 말끔히 감싸주며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내일은 병원 가서 제대로 치료하자. 절대 물 닿게 하지 말고, 알겠지?”
그녀는 마치 잔소리처럼 몇 번이고 강조했고 김태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받아들였다.
상처 처치가 끝날 무렵엔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고 두 사람은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오는 데다가 도중에 강도 사건까지 겪었으니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강소희는 솔직히 서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피로했고 지금까지는 거의 정신력 하나로 버틴 셈이었다.
아들이 편지를 보내온 그날부터 주화영은 방을 깨끗하게 쓸고 닦았으며 침구도 전부 새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그런 정성과는 별개로, 그녀의 눈엔 100kg이 넘는 강소희가 영 마뜩잖게만 보였다.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생각하니 혹시 강소희가 침대를 부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사실 우스운 일이었다. 강소희는 이미 원래의 몸주인 ‘원주’로서 김태하와 같은 아랫목에서 3년이나 함께 지냈고 잠자리까지 나눈 사이였으니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결국 주화영 자신의 헛된 걱정일 뿐이었다.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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