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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화영 아주머니, 이분은 누구세요?” 이미 강소희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던 송하은은 주화영의 입으로 직접 그 이름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녀의 시선이 강소희에게 향하자, 주화영은 한순간 당황한 듯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강소희야. 하은아, 얘가 그러니까...” “내 아내야.” 우물쭈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김태하가 단호하게 강소희의 정체를 못 박듯 말했다. 그 말에 송하은의 얼굴빛이 순간 굳었다. ‘억지로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내’라고 말할 수 있지?’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은 송하은은 곁눈질로 주화영을 흘끔 바라보았다. 분명 그녀에게서 들은 얘기와는 달랐다. 김태하는 강소희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송하은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지만 겉으로는 평온한 미소를 띤 채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송하은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강소희도 예의 바른 미소로 응하며 악수를 받았다. “저도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손을 맞잡는 그 순간, 강소희는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어라. 이 여자, 장난 아닌데?’ 송하은은 손을 잡은 채 손바닥 중앙을 손톱으로 슬쩍 찔렀고 교묘하면서도 노련한 수법이었다. ‘세상에, 완전 여우잖아?’ 하지만 강소희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성격은 아니었기에 순간 살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어머, 송하은 씨. 왜 절 꼬집으세요?” 그 말에 김태하가 고개를 홱 돌렸다. 강소희가 손바닥을 펼쳐 보이자 그 위에는 선명한 손톱자국이 찍혀 있었다. 순간 당황한 송하은은 당혹감을 감추며 급히 해명했다. “죄송해요. 손톱이 좀 길어서... 실수였어요.” 그러나 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이 여자가, 진짜!’ 송하은은 재빨리 김태하의 반응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표정에는 분명 불쾌한 기색이 어른거렸고 입술을 꾹 깨문 송하은은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화영도 살짝 눈을 흘기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참 별일을 다 만든다. 괜히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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