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택시 기사는 첫인상부터 어딘지 푸근하고 인심 좋은 사람이었다. 나이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주화영과 비슷해 보였기에 그는 괜히 마음이 놓였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사모님은 참 복도 많으시네요. 아드님이랑 며느리분, 어쩜 저렇게 잘 어울려요? 천생연분이 따로 없어요.” 그의 말에 담긴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는 누가 들어도 김태하와 송하은을 두고 한 소리였다. 아무리 봐도, 기사 눈에는 강소희보다 송하은이 김태하와 더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던 것이다. 주화영은 속이 쓰렸다. 마음 한구석이 찬바람이라도 든 듯 서늘했고 입꼬리를 간신히 끌어올렸지만 금세 그 억지웃음마저 흐려졌다. 하긴, 그녀도 송하은을 며느리로 들이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당사자들 모두 차 안에 있는데,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주화영은 애써 웃으며 기사에게 설명했다. “아이고, 오해하셨네요. 두 사람은 그냥 친구 사이예요.” 그 말을 받은 김태하는 곧장 목소리를 보탰다. “기사님, 오해세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제 아내입니다.” 그 한마디에 기사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조수석에 앉아 있던 강소희를 힐끔 바라보았고 강소희는 차분한 미소로 응답했다. “네, 기사님. 저와 이 사람이 부부 맞아요.” 순간 당황하던 기사였지만 많은 사람을 상대해 본 덕인지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색함을 덜어보려는 듯, 재빨리 화제를 돌려 강소희에게 칭찬할 거리를 찾아냈다. “아가씨가 인상이 참 좋네요. 복스럽게 생기셨어요. 이런 며느리 얻으셨으면 복 받은 거죠!” ‘아저씨, 애쓰신다...’ 강소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 애쓰는 그의 마음이 전해졌기에 그녀는 오히려 더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반면, 주화영의 입안은 마치 모래알을 씹은 듯 거칠고 불편해졌다.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 장면을 놓칠 리 없는 송하은은 속으로 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