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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하영은 돌아서서 낯선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남자는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와 시선을 내려 서하영을 바라보더니 여우 같은 눈동자에 빛이 반짝였다. “몸까지 바치진 못해도 적어도 한 끼 식사 정도는 대접하는 게 기본 예의 아닌가?”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소개하지. 내 이름은 심민우야!” 서하영은 눈앞에 내민 뼈대가 뚜렷한 손을 보면서도 잡지 않고 돌아서서 계속 걸어갔다. 심민우는 멈칫하다가 빠르게 따라갔다. “이봐. 내 말 못 알아들었어?” 서하영은 멈춰 서서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어요. 한 끼 식사 정도는 그쪽이 알아서 해결할 수 있잖아요. 조금 전 그쪽이 도와주지 않아도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었어요. 우연히 만난 사이니까 서로 알아갈 필요는 없죠. 그럼 전 수업이 있어서 이만.” 말을 마친 서하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심민우는 자리에 서서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금 내가 여자한테 거절당한 거야?’ 아무리 그를 모르고 심씨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이 없어도 외모만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를 거절한 걸까. 심민우는 믿기지 않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다음 날 화요일, 오후에 서하영이 수업 하나만 듣고 학교 문을 나섰을 때 많은 여학생이 모여 떠들고 있었다. 그녀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갈 때 옆에서 한 여학생이 흥분해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심민우야?” “그래, 내가 우리 애랑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봤다니까. 틀림없어.” 서하영은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을 한 번 쳐다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학교 정문 앞에는 롤스로이스 팬텀 컨버터블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었고 차 뒷좌석에는 붉은 장미가 가득 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자였다. 흰색 셔츠, 몸에 딱 맞는 베스트, 얇은 금테 안경에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더해지니 만화에서 튀어나온 왕자님 같았다. 심민우는 최근 몇 년간 강진에서 점점 더 유명해졌다. 심씨 가문은 원래 강진에서 유명한 재벌가였고 심민우는 심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지만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재계에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과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생긴 바람둥이, 여자에게 돈을 아끼지 않지만 뛰어난 사업 두뇌를 지녔다는 게 그에 대한 강진 사람들의 평가였다. 만화 속 왕자님처럼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린 심민우가 손에 빨간 장미를 들고 서하영 쪽으로 걸어왔다. 여성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모두의 시선이 서하영에게 집중되었다.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시선이었다. 반대편 도로에는 벤틀리가 주차되어 있었고 명지훈이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사람 서하영 씨 아닌가요?” 임도윤은 뒷좌석에 앉아 서류를 보던 중 명지훈의 말을 듣고 잠시 반응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어 서하영을 발견했다. 가는 눈매가 깊어지며 서하영의 놀란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임주미를 데리러 오던 기사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서 임도윤과 명지훈이 강진 대학을 지나가던 길에 데리러 왔다. 차를 세우고 임주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서하영이 고백받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명지훈이 설명했다. “심민우는 심문석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자랐고 대표님이 해외로 나갔을 때 마침 돌아왔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심씨 가문 정용 그룹에 입사해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답니다. 참, 금수교 아래 땅을 두고 우리와 경쟁하는 상대도 심민우입니다.” 임도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혀 동요하지 않은 검은 눈동자로 심민우가 서하영 앞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하영은 정말로 놀랐다. 그녀가 강진 대학 학생이라는 것까지 아는 건 이상할 게 없는데 작정하고 여기서 기다렸다는 건 이미 전공까지 안다는 뜻이 아니겠나. ‘대체 뭐 하려는 거지?’ 이런 사람이 딱 한 번 봤다고 그녀에게 한눈에 반할 리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 서하영은 심민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태연한 표정이었고 눈동자도 여전히 맑았다. 놀랍지도, 일부러 차갑게 굴지도 않지만 남모르게 경계하고 있었다. 심민우가 그녀 맞은편에 멈춰 서자 주변은 숨을 삼키고 탄식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여우 같은 눈매가 살짝 휘어진 채 물기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서하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쪽에게 첫눈에 반했어. 어제 나한테 밥을 안 샀는데 오늘은 내 체면 생각해서 밥 한번 같이 먹어줄 수 있지?” 서하영은 여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 들렸다. “심장이 안 뛰어. 빨리 119 불러줘!” 서하영은 심민우가 자신 앞에 내민 꽃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전 일이 있어서요.” 심민우도 약간 놀란 듯했지만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밥 한번 먹는 것뿐이고 그쪽의 대답을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 어젯밤 그쪽 때문에 밤새 못 잔 나를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변은 다시 한번 비명으로 가득 찼다. 미모와 재력에 진심까지 더해지니 TV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어 주위에서 지켜보던 여자들은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며 당사자보다 더 흥분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은 서하영은 짜증이 났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한층 더 단호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그녀가 걸음을 옮기려는데 심민우가 한걸음 먼저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눈빛은 서늘했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마. 많은 사람이 보는데 내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밥만 먹고 집까지 데려다줄게.” 서하영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거절하고 계속 걸어갔다. 심민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으려 했다. 서하영은 즉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심민우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차분하지 않고 날카로움이 섞여 있었다. 심민우는 순간 멈칫했다. 경계와 짜증이 가득한 여자의 눈빛은 꾸며낸 연기가 아니라 진심 어린 혐오였다. 그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 식사는 안 해도 되지만 이건 받아줘.” 심민우가 뒤에 가득 찬 꽃을 가리키자 서하영은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 “싫어요.” “그럼 여기 사람들 앞에서 계속 이렇게 실랑이 벌일 거야?” 심민우는 눈동자에 장난스러운 빛을 숨기며 낮게 웃었다. 그는 서하영이 남들의 시선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서하영은 깊게 숨을 쉬며 말했다. “꼭 받아야 하나요?” 심민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능글맞게 말했다. “그래, 받기 전까지 안 보내줄 거야.” 벤틀리 차 안에서 명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심민우가 서하영 씨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네요.” 임도윤도 알아차렸다. 긴 눈매에 어두운 빛이 스치며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을 때, 서하영이 갑자기 심민우의 스포츠카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무엇을 할지 지켜보았다. 심민우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서하영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많은 꽃을 서하영 혼자서는 절대 가져갈 수 없으니 결국 그의 차에 타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지 않은 어린 아가씨라 고고하고 오만한 구석이 있으니 한번 봐주는 수밖에. 그의 차에 타기만 하면 밥 먹는 것에 대해 다시 상의하고 식사 후엔 자연스럽게 호텔로 갈 것이다. 단계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심리학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한소윤에겐 3일 안에 해결한다고 했지만 보니까 3일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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