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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서하영은 바로 스포츠카로 걸어가서 화려한 장미를 안는 대신,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타 문 닫는 버튼을 누른 후 한 번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돌려 도로 쪽으로 달렸다. 그 행동에 사람들은 물론 심민우마저 당황했다. 심민우의 얼굴에 머금었던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그는 서하영이 꽃만 가져가지 않고 차와 꽃을 동시에 가져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심민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에 꽃 한 송이를 든 채 멍청하게 주목받고 있었다. 굳어진 표정은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리고 이내 다시 서슬 퍼런 기색을 띠었다. 분노와 울분이 가슴에 가득 차올라 서하영을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한소윤은 대체 왜 꼬시라고 한 거야? 이러니까 수백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날 망신 주려는 건가?’ 주변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더니 그중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서하영이 롤스로이스를 운전할 줄 알아?” 심지어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꽤 능숙해 보였다. 벤틀리 차 안에서는 내내 무표정하던 명지훈도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서하영 씨...” 한참 후 힘겹게 남은 말을 뱉어냈다. “대단하네요.” 심민우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을 겪는 건 처음일 거다. 임도윤은 차 문에서 손을 내리며 도로 위에서 이미 사라진 스포츠카를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동자에 미소를 머금었다. ‘심민우, 심씨 가문 사람?’ 임도윤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며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두 번 울린 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 “도윤 씨!” 임도윤이 곧장 물었다. “그쪽이 심민우한테 서하영 꼬시라고 시켰어요?” 한소윤은 당황했다. 임도윤이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몰랐기에 순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본능적으로 부인했다. “나 아니에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누가 심민우한테 그런 일을 시켜요? 누구를 좋아하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아니길 바라요.” 임도윤의 말투는 덤덤했다. “서하영 씨 곁에서 떨어져요. 그 여자 건드리지 마요. 안 그러면 집안 어른들 체면 생각하는 것도 여기까지예요.” 한소윤은 목이 메어 울먹이며 억울함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요?” “그쪽이랑 상관없잖아요.” 임도윤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는 복잡한 관계를 싫어했고 한소윤이 여기서 그만두길 원했다. 그러면 더 이상 서하영을 핑계로 삼을 필요도 없었다. ... 심민우는 결국 택시를 타고 심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주위 여자들은 모두 그에게 잘 보이기 바빴고 싫은 척 튕기는 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당한 선에서 그치며 차마 그의 분노를 건드리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짜증을 넘어서 화가 잔뜩 났다. 서하영이라는 여자는 그의 체면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다. 문득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서하영이 차를 어떻게 돌려줄까?’ 그 차는 한정판으로 강진에 두 대밖에 없는데 집으로 가져가거나 아무 데나 버리진 못할 것이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경찰은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가서 심민우가 대충 몇 마디 하면 결국 서하영은 결백을 위해 그에게 애원해야만 했다. 심민우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문득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고 전화를 받자 사무적인 어투가 들려왔다. “심민우 씨?” 심민우는 예상했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기댄 채 나른하게 말했다. “누구시죠?” “심민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서경로 교통경찰입니다. 방금 도로변에서 차량을 발견했는데 번호판을 확인해 보니 심민우 씨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었습니다. 도로변에서 꽃을 팔면 안 되니까 가능한 한 빨리 차량을 이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심민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꽃을 팔아요? 무슨 꽃이요?” “그, 그게...” 교통경찰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심민우 씨께서 직접 와서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심민우는 전화를 끊고 차고에서 다른 차를 끌고 별장을 나서서 도로로 급히 달려갔다. 반 시간 후, 심민우는 서하영이 몰고 간 스포츠카를 보며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 차량은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글씨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꽃 팝니다. 한 송이 2천원. 현금만 받습니다. 알아서 가져가세요.] 차에 있던 명품 장미는 이미 절반이 사라졌고 조수석에는 동전 한 뭉치가 던져져 있었으며 동전 아래에는 차 키가 있었다. 심민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분노로 눈을 부릅떴다. 누군가 장미를 사러 왔지만 그의 매서운 눈빛에 어색하게 자리를 뜨며 중얼거렸다. “꽃 파는 주제에 왜 저렇게 거만해.” “...” 교통경찰은 원래 심민우에게 몇 마디 하려다가 그의 표정이 좋지 않고 화려한 차도 소유하고 있으니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별말 하지 않고 단지 차를 빨리 가져가라고만 했다. 심민우는 가슴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자기 기사를 불러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 그 사이 현금을 교환해 주는 소년이 다가와 183의 심민우를 올려다보았다. “그쪽이 심민우 삼촌이에요? 저기가 우리 집 편의점이에요.” 11, 12살로 보이는 소년이 길가의 편의점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 “아까 예쁜 누나가 물을 사러 와서 현금 교환해 주면 용돈을 벌 수 있다고 했어요.” 심민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에서 현금 한 움큼 집어 소년에게 건넸다. “그 여자가 또 뭐라고 했어?” 소년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히죽 웃었다. “누나가 돈 벌면서 차를 지켜보다가 무섭게 생기고 화가 난 삼촌이 오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 ‘무섭게 생기고 화가 나?’ 여자는 그의 표정까지 예상했는데 정작 그 여자는 늘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이상하게도 마음속 분노가 사라지고 오기가 생겼다. 여자 하나 꼬시지 못할 리가 있나. 차갑게 피식 웃던 심민우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어. 이제 집에 가.” 소년은 풍성한 돈다발을 품에 안고 잔뜩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때 한소윤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공했어?” 심민우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겨우 이틀인데 뭘 서둘러?”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 올라타는데 또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한소윤이라고 생각해 찌푸린 얼굴로 전화를 받으니 손주형이었다. 손주형은 그를 캐슬로 불렀다.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룸 문을 열자 귀청을 찢는 소리와 술 냄새가 진동하며 사치와 방탕함이 가득했다. 심민우가 들어서니 카드 게임을 하던 사람, 노래를 부르던 사람, 여자를 안고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일어나 환대하며 가장 중앙의 자리를 내주었다. 심민우는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즐기라는 듯 손짓했고 룸 분위기는 다시 활기차게 변했다. 손주형이 그의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방금 전화로도 알 수 있었다. “아니야.” 심민우는 알아서 술을 한 잔 따랐다. “신인 몇 명이 왔는데 누구도 건드린 적 없어. 기분 좀 풀래?” 손주형이 의미심장하게 웃자 심민우가 그를 흘겨보았다. “나랑 알고 지낸 게 하루 이틀이야?” 손주형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손에 든 담배를 비벼 껐다. “그 여대생 때문이잖아.” 심민우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손주형이 히죽 웃었다. “잊었어? 내 동생도 강진대 다녀. SNS에 네 사진 올린 걸 봤어. 그 여자는 뭔데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거절했을까?” 심민우는 답답한 마음에 술만 마시며 말이 없었다. 손주형이 바짝 가까이 붙었다. “내가 좀 도와줘?” 심민우는 비웃었다. “넌 돈으로 여자를 꼬시잖아. 그런 건 안 통해.” 손주형이 이를 갈았다. “네가 몰라서 그래. 이런 고고한 여자는 돈을 쓰면 모욕한다고 여겨서 안 돼.” 심민우가 돌아보았다. “그럼 어떡해?” “학교만 다니고 사회 경험이 없는 그런 여자는 백마 탄 왕자님을 동경하지. 그러니까 적절할 때 나서서 구해주면 널 대단하게 생각해서 기회를 줄 걸?” “소용없어.” 심민우는 그에게 서하영을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건 안 되지. 여자 몇 명은 애초에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잖아. 정말 위험에 처해서 절망과 무력감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거야.” 손주형은 수상한 표정으로 심민우를 향해 눈썹을 치켜세웠다. 심민우는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후 천천히 입술을 말아 올렸다. “언제까지 고상한 척 구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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