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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다음 날 아침, 서하영이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환하게 밝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낯선 방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지난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머리를 돌렸지만 침대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머릿속에 갑자기 한 생각이 스쳤다. ‘임도윤도 창문으로 도망친 건가?’ 아니었다. 이내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하영이 소리의 방향을 따라 돌아보니 남자가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발코니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가운을 두른 임도윤은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 길고 슬림한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뒷모습만으로도 심장이 뛰게 했다. 그는 명지훈에게 물었다. “서씨 가문과의 계약이 얼마나 남았지?” 서하영이 마음속으로 계산해 보니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전화 너머에서 명지훈이 정확한 기간을 알려주자 임도윤이 차갑게 말했다. “서씨 가문에 연락해서 계약 앞당겨 해지하자고 해. 이틀 안에 절차 마무리 짓고.”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서씨 가문에 줘야 할 건 이미 다 줬다. 비록 그 댁 아가씨와 만난 적도 없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이 결혼을 충분히 존중했으며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귀국 후 지난번에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든 결혼에 충실해야 한다는 약속을 어겼으니 그 댁 아가씨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되었다. 서하영은 남자의 곧은 등을 바라보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나쁜 놈. 자놓고 바로 이혼이라니.” 마음속으로 욕하는 사이 남자는 이미 전화를 끊고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태연했고 서하영도 차분한 척 말했다. “내가 입을 수 있는 잠옷 있어요?” 여긴 호텔이 아니었다. 집은 회색과 흰색을 기본으로 한 심플한 인테리어로 임도윤이 외부에서 임시로 머무는 아파트와 비슷했다. 나갔다가 금방 돌아온 임도윤의 손에는 흰색 셔츠가 들려 있었다. “곧 옷을 가져다줄 사람이 올 테니 우선 이걸 입어요.” “네, 고마워요.” 서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도윤이 등을 돌리자 뒤에서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들리더니 곧 여자가 말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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