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임도윤은 온몸이 경직된 채 서하영의 턱을 손가락으로 움켜쥐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자극하지 마요. 나도 남자예요.” 아무것도 없이 밀폐된 뜨거운 공간 속에서 그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고 여자는 계속해서 자극을 해댔다. 서하영은 고개를 들자 흐릿한 눈동자에 빛이 스며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요.” 임도윤은 숨을 멈추며 그녀의 얼굴을 움켜쥔 손에 더 강하게 힘을 준 채 목소리도 더 낮아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네.” 대답하긴 했어도 그게 대답인지, 본능적으로 나오는 몸의 반응인지 모르겠다. 임도윤은 서하영의 눈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쪽...”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여자가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막고 힘껏 그의 잇새를 가르며 파고들려 했다. 지금 당장 뭔가를 하지 않으면 그 벌레들에게 삼켜져 죽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든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 목숨을 제대로 지키는 게 본인과 타인에 대한 책임이라는 걸. 게다가 눈앞의 이 사람은 그녀가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었기에 그도 갚을 때가 되었다. 임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밤 아래 그의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여자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요!” 나지막이 들리는 말이 서하영에게 향한 경고인지,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안 돼요?” 서하영은 욕실 벽에 기대어 미약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임도윤이 거부하자 서하영은 몸부림치며 일어났다. “그쪽이 안 된다고 하면 다른 사람 찾아갈 거예요.” 상대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두 걸음도 못 가서 팔이 잡히며 몸이 그대로 붕 떴다. 서하영은 남자의 목을 꼭 껴안고 단단한 그의 팔 힘을 느꼈다. 임도윤은 그녀를 안은 채 검은 눈동자 아래로 이성과 분노를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찰나의 출동이 이성을 이겼고 그는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두 사람은 욕실에서부터 키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