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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서하영은 성희연이 무엇에 대해 묻는 건지 알았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 답했다. “나쁘지 않아.” 성희연은 계속 걱정하며 물었다. “이상한 취향은 없고?” 서하영의 귓불이 뜨거워지며 혼란스러운 기억을 되짚었다. “없는 것 같아.” 성희연은 안심하고 손을 뻗어 보관함을 열더니 한 상자를 꺼내 서하영에게 던졌다. “임신하기 싫으면 이거 먹어. 한 번에 한 알씩. 안전하고 딱히 부작용이 없긴 해도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선 그 사람한테 피임하라고 해.” 서하영은 상자를 한 번 보고는 열어서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그녀는 네 살 때 양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해 보육원에 들어갔고 여성의 생리, 감정, 성에 대한 교육은 거의 모두 성희연이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가족이었다. ... 윈드 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서하영이 떠났을 때와 같았다. 이틀 동안 임도윤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늘이 이미 어두워졌기에 두 사람은 짐을 내려놓은 뒤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식사했다. 맞은편에 괜찮은 양식 레스토랑이 있었고 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성희연이 물었다. “임도윤이 자주 오지 않으면 너 혼자 윈드 별장에 있다는 건데 밥은 어떻게 해? 너 챙겨줄 가정부라도 고용해.” 서하영은 천천히 스테이크를 자르며 고개도 들지 않았다. “가난한 학생이 과외를 하면서 임대료를 내는 건 말이 돼도 가정부를 고용하는 건 너무 의심스럽지.” 성희연이 웃었다. “그럼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야?” 서하영은 처음부터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날 밤 임도윤이 한 말 때문에 차마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일어난 일들은 전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가능한 한 오래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서하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을 이어갔다. “임도윤이 여기 오진 않아도 방은 깨끗해. 아마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밥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성희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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