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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박태형은 불시에 날아든 주먹을 피하지 못한 채 몇 걸음 물러났다. 입가에서 피가 번졌다. “지영 씨한테서 떨어져요.” 정우빈이 강지영 앞으로 나섰다. 눈빛이 칼날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다시 손대면 바로 신고하겠습니다.” 박태형은 손등으로 피를 닦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이 정우빈을 스쳤다가 곧 강지영에게 닿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마치 이 모든 소란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거야?” 박태형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저 자식 때문에 날 떠난 거야?” 강지영은 천천히 일어서서 치맛자락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태형 씨, 착각하지 마요. 내가 당신을 떠났던 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에요.” 박태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께가 꽉 조여들면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럼 왜 떠난 거야?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강지영이 말을 끊었다. 그녀의 시선이 차갑게 박태형을 꿰뚫었다. “그동안 당신 옆에 있었던 건 오직 돈과 자유 때문이에요. 계약이 끝났으니 이제 우린 끝이에요.” “끝?” 박태형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게 다 끝이라고?” “그럼 뭐가 남았다고 생각해요?” 강지영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설마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믿은 건 아니죠?” 그 한마디에 박태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말을 잇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상처를 주고 모욕하고 짓밟아도 그녀는 그저 조용히 견딜 뿐이었다. 하지만 박태형은 우습게도 그 침묵을 사랑이라 착각했었다. “지영 씨, 우리 가요.” 정우빈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박태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가 깃들어 있었다. 강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섰다. “잠깐만!” 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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