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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지영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박태형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강제로 끌어당겨 일으켰다. “연기 그만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시우가 5층에서 떨어졌어. 너는 겨우 2층에서 구른 것뿐이잖아. 일어나. 병원에 가서 시우에게 사과해.” 박태형은 강지영의 피가 흐르는 이마도, 찢어진 무릎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증이 뼛속까지 스며들었지만 박태형의 손아귀는 단단히 그녀를 죄었다. 그렇게 강지영은 억지로 차에 실려 말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강지영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참자.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 병실 문을 열자 배시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목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그녀는 강지영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움찔했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태형아...” 그녀의 목소리는 겁에 질린 아기 사슴처럼 떨렸다. “나 저 사람 보고 싶지 않아...” 박태형은 곧장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이제 아무도 널 건드릴 수 없어.” 박태형은 또 강지영을 향해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사과해.” 강지영은 지친 기색이었지만 표정은 지독히 평온했다. 그녀는 배시우를 똑바로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 “배시우 씨, 창가에서 떨어진 게 정말 제가 밀어서였다고 생각해요?” 배시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곧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강지윤 씨, 사과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 저도 강지윤 씨에게 문제로 삼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녀는 울먹이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태형이 계속 저랑 같이 있어서 강지윤 씨가 불만이 있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두 사람은 정략결혼을 한 거잖아요. 태형이도 강지윤 씨를 사랑하지 않고요. 만약 저도 태형이와 어울리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태형이는 처음부터 제 사람이었을 거예요.” 배시우가 울면 울수록 박태형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강지윤!” 그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사과하라고 데려온 거지, 왜 시우를 더 자극해? 사과는 할 거야, 말 거야?” 강지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배시우가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곧 떠날 사람이니 이 모든 걸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정략결혼이 틀어지면 양가의 사업 협력은 끝날 것이다. 그럼 그녀는 60억도, 자유도 모두 잃게 된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그 말을 끝내고 그녀는 몸을 돌렸다. “거기 서.” 박태형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 “네가 민 거 맞지? 그럼 시우 병원에서 나을 때까지 네가 돌봐.” 강지영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날 이후, 강지영은 배시우의 병실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박태형 역시 거의 병원에 붙박이처럼 지냈다. 회사 일은 전부 내팽개친 채 말이다. 배시우에게 죽을 떠먹이며 손을 닦아주며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켰다. 그런 일들, 그는 한 번도 강지영에게 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강지영은 질투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묵묵히 배시우의 곁을 돌보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마치 이 모든 일이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병원 간호사들은 수군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대인배 같은 아내는 처음 봐요.” “그게 사랑이지 뭐.” 다른 간호사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박 대표님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까지 챙기는 거야. 그저 그 사람이 한 번이라도 자기 쪽을 봐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정말 안쓰럽네.” 마침 그 말이 병실 복도를 지나던 박태형의 귀에 들어왔다. 그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무심코 병실 안으로 시선이 향했다. 강지영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깎고 있었다. 얌전한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고도 단정했다. 박태형의 마음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며칠 뒤, 배시우가 퇴원하는 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며칠 동안 시우랑 여행 좀 다녀올 거야. 일 없으면 연락하지 마.” 강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가 배시우의 손을 잡고 병원을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지영의 마음 한편이 묘하게 가벼워졌다. 드디어 그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강지영은 조용히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 있을 ‘떠남’을 위한 준비였다. 며칠 후, 휴대폰 화면에 배시우의 SNS 사진이 떴다. 박태형은 그녀를 말리바로 데려갔다. 야외 경매장에서 하늘로 풍등을 띄워주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한 보석도 거액으로 사준 듯했다. 강지영은 화면을 한 번 본 뒤 무표정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넘겼다.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신경 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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