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메이크업실 안, 강지윤은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녀를 위해 눈썹과 입술을 그려주고 있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여전히 그림처럼 고왔다.
3년 전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던 그날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단지 눈빛만이 달라져 있었다.
조금 더 차갑고, 더 단단해진 눈동자였다.
강지윤은 손끝으로 웨딩드레스의 레이스를 가볍게 쓸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문틈 사이로 배시우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이 매섭게 번뜩이더니 손바닥에는 깊은 자국이 패였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강지윤은 결코 ‘덤덤한 척’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한발 물러선 척하며 되레 박태형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속셈이었다.
‘진짜 치밀하네. 얄미워.’
배시우는 이를 악물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박태형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었다.
형식상으로라도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배시우는 질투가 끓어올랐다.
“강지윤...”
배시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나한테 도전이라도 하는 거야? 웃기지 마.”
그녀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이힐이 카펫 위를 스칠 때 단 한 점의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박태형이 들어섰다.
단정한 슈트 차림의 완벽한 얼굴이었지만 표정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
거울 너머의 강지윤을 보며 그는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예정대로 결혼식은 할 거야. 하지만 앞으로 시우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강지윤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거울 속에서 마주한 그녀의 시선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태형의 미간이 좁혀졌다.
강지윤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분명히 같은 얼굴에 똑같은 목소리인데 예전의 강지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뭔가를 더 확인하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배시우 씨가 사라졌습니다!”
박태형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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