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강준혁은 조용히 오래도록 안신혜를 바라보다 마침내 손을 거두었다.
아무리 닮아 있어도, 그녀는 끝내 그가 밤낮으로 그리던 그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불처럼 타올랐던 감정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병실은 숨소리조차 닿지 않을 만큼 고요했고 들려오는 건 기계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삑’ 소리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안신혜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며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고통에 눈을 찡그렸고 산소 마스크 아래로 흰 입김이 옅게 번졌다.
의사의 말대로, 그녀의 몸에 퍼져 있던 마취가 서서히 풀려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
강준혁은 몸을 기울여 산소마스크를 벗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아름... 아름아...”
똑바로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오로지 그 이름만을 끝없이 되뇌었다.
강준혁의 시선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여전히 강아름이었다. 그녀가 강아름에 대한 애정이 연기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아름아.”
숨처럼 가벼운 소리가 한 번 또 한 번, 끝없이 이어졌다.
강준혁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창백한 입술을 만지며 낮게 위로했다.
“괜찮아. 아름이는 안전해. 아주 잘 지내고 있어.”
그 목소리가 귀에 닿은 듯, 안신혜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다.
강준혁은 즉시 몸을 일으켜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안신혜, 너 괜찮아?”
그녀의 눈은 깊고 검었지만 초점은 흐려져 있었다. 심지어 희미하게 흔들리며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공허히 떠다녔다.
그녀는 무력하게 그 이름만을 불렀다.
“아름이를... 구해줘... 내 아름이를... 제발...”
강준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내 아름이?’
그의 딸을 왜 ‘내 아름이’라고 부르는 걸까.
‘의식이 또렷하지 못한 탓이겠지...’
그는 낮은 숨결로 거듭 안심시키듯 말했다.
“걱정 마. 아름이는 다치지 않았어. 지금 곤히 자고 있어. 네가 잘 지켜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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