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차유나를 지금 당장 벌한다 한들, 그것은 오히려 그녀를 싸게 넘겨주는 셈이었다.
양진성이 손짓하자, 묵직한 철문이 닫히며 지하실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차유나는 홀로 그 속에 갇혔다.
어둠은 곧 두려움과 맞닿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공포로 밀려왔다.
도움을 청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뉘우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 원망과 독기는 더 깊어져만 갔다.
모두 안신혜 때문이었다! 그녀와 어머니가 이런 처지에 전락한 것, 그 더러운 원흉은 바로 그 여자였다.
만약 안신혜가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였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강준혁의 약혼녀였을 테고 원하는 대로 그의 아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걸 안신혜가 망쳐버렸다.
차유나는 두 팔로 스스로를 부여안고 어둠 속 구석에 웅크린 채 이를 악물었다.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이 우경 정원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안신혜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차씨 가문의 모녀를 처리하고 나니, 시각은 이미 자정을 넘겼다.
깊은 밤, 세상은 고요했다.
강준혁은 의료실을 지키던 간호사들을 물리고 홀로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부드럽게 흘러내린 조명 아래, 각종 기기의 불빛이 미약하게 깜박였다.
그 위에 나타난 수치는 안신혜가 위기를 넘겼음을, 곧 안정기에 접어들 거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강준혁은 병상에서 조금 떨어져서 그녀를 바라봤다. 안신혜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는데 바람만 스쳐도 무너질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다가서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강준혁은 늘 강하고 오만했으며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던 남자였다. 그런데 잠들어 있는 안신혜 앞에서는 두려움이 가슴을 적셨다.
그는 두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뜨며 숨을 고르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눈앞의 여자는 안신혜가 아니라고, 5년 전 세상을 떠난 그 여자가 아니라고 말이다.
강준혁은 침상으로 다가섰다.
호흡기는 그녀의 입가를 가리고 있었고 가슴의 미약한 오르내림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심전도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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