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이 키스는 오래 지속된 것 같기도 하고 또 몇 초밖에 안 된 것 같기도 했다. 강준혁의 호흡과 심장은 거의 무너질 듯한 한계에 닿아 있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서 먼저 몸을 뗐고 안신혜는 여전히 멍하니 있었다. 강준혁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머물며 점점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손끝으로 자신의 흔적을 부드럽게 지워냈다. “내가 다시는 키스하지 않길 원한다면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그의 낮고 쉬어 버린 목소리가 가벼이 울렸고 경고 같으면서도 일종의 당부였다. 안신혜는 정신을 차리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 강준혁은 잠시 놀랐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순순히 말을 들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신혜의 마음은 뒤죽박죽이었다. 방금 키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머리는 생각을 멈춘 듯 혼란으로 가득했다. 곧 강준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넓고 따뜻한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얇은 눈꺼풀 위를 덮었다. “안신혜.” “응?” 그녀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강준혁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을 느꼈다. 그녀의 속눈썹이 작은 부채처럼 살짝 스쳐 가며 그의 손바닥을 간질였고 그 감촉이 그대로 그의 가슴 깊숙이 번져왔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막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괜찮아.” 안신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그의 다음 말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손을 치우자 강준혁의 표정은 이미 늘 그렇듯 냉정하고 담담하게 돌아와 있었다. 마치 방금의 키스가 그녀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몇 시야?” 안신혜가 물었다. 강준혁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길고 검은 속눈썹이 작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녁 여덟 시.” 안신혜가 몸을 조금 움직이며 얼굴을 찌푸렸다. 강준혁은 즉시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배가 고프다든지 화장실에 가고 싶다든지 뭐든 말해.” 마치 지금 하는 이야기가 사적인 일이 아니기라도 한 듯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