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강아름은 자신과 안신혜를 괴롭혔던 여자들을 떠올릴 때마다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불끈 부푼 볼에는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고준서의 눈빛에도 살기가 스쳤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떻게 괴롭혔는지 아저씨한테 말해 봐봐.”
강아름은 금세 정신을 가다듬더니 작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고자질하듯 말했다.
“아빠 없을 때 몰래 와서 저를 빼앗으려 했어요! 그리고 이모도 때렸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안아주는 게 싫어서 울었어요. 그때 이모가 저를 지켜주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거예요. 이모는 끝까지 저를 꼭 안고 있었거든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데... 제가 아무리 울어도 끝내 눈을 뜨지 않았어요.”
말을 잇던 강아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작은 얼굴에는 상실과 슬픔이 짙게 드리워졌다.
“저 이모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너무 보고 싶어요...”
슬픔에 잠긴 강아름은, 고준서의 얼굴빛이 점점 잔혹하게 가라앉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살기가 뒤섞여 번뜩였다.
안신혜가 다친 건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짓임을 고준서는 확신했다.
‘하... 좋아, 아주 좋아.’
고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강아름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아름아, 저녁 다 먹으면 이모에게 데려다줄게.”
“정말이에요?”
강아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맑은 눈동자에 놀라움과 기대가 반짝였다.
고준서는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안신혜와 닮은 얼굴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가 세운 계획은 단순했다. 아이를 데려와 안신혜에게 이제 차씨 가문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안겨주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를 데려온다 해도, 안신혜는 끝내 자신을 따라와 주지 않았다.
고준서는 정말로 강아름을 영영 감춰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그러나 오늘, 안신혜가 아이를 그리워하며 절망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아이를 돌려보내는 것만이 그녀의 고통을 덜어줄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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