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고준서는 한 손으로 문을 받치고 서 있었다. 감정이 격해진 탓에 그의 눈썹에는 사나운 기운이 가득했고 호흡도 거칠었다.
수하들과 의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건을 내려놓고 마치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방문은 다시 한번 세게 닫혔고 강민우조차 문밖에 갇히고 말았다.
강아름은 볼을 부풀리며 큰 눈을 한순간도 떼지 않고 눈앞의 고준서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두려움도 섞여 있었다.
고준서는 눈빛을 무겁게 내리 깔고 구석에 있는 강아름을 살폈다.
그는 길고 날씬한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대충 풀고 담담하게 맞은편 소파로 걸어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한순간 강렬한 좌절감이 고준서를 덮칠 듯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비볐고 그 짧고 검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 눈썹 사이를 가렸다.
이로써 그의 눈동자 속 강렬한 분노가 조금 가려졌다.
고준서는 머리를 뒤로 젖혀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그의 선명한 턱 선이 그대로 드러났고 전신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허탈감이 묻어났다.
안신혜의 말과 눈물 어린 눈동자가 여전히 그의 눈앞에 맴돌았다.
우경 정원에서 겪은 모든 일이 고준서에게는 마음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는 숨을 깊게 내쉬며 옆에 있는 소파를 꽉 쥐었다.
모든 것을 부수고 파괴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려 애썼다.
한참 후, 멀지 않은 곳에서 강아름의 억울한 훌쩍거림이 들려왔다.
고준서는 눈을 뜨고 음침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하루 종일 울었는데 아직도 부족해? 너, 울보의 환생이야?”
강아름은 말을 듣자마자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고준서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고개를 젖혔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을 얼굴 위에 놓고 눈을 완전히 가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일찍 알았더라면... 돌아오지 말고 또 고씨 가문에서 떠나게 두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해.”
강아름은 다른 건 듣지 못했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분명히 들었고 몸을 비틀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쁜 사람, 후회한다면 얼른 저를 놓아줘요. 엄마랑 아는 사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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