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강아름은 비록 양진성에게도 쉽게 안기지는 않았지만, 강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자 마음이 한결 놓인 듯했다. 조그마한 얼굴에 금세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양진성은 아이를 당장이라도 강준혁에게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별장을 떠나려던 순간, 송하영이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다.
양진성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영 씨도 같이 가겠다는 거예요?”
송하영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 되나요?”
양진성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강아름과 송하영을 위해 차 문을 직접 열어 주었다.
‘안 될 게 있나... 하영 씨는 사모님 매니저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녀가 우경 정원으로 함께 가는 걸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검은 벤츠 SUV 여러 대가 위풍당당하게 별장을 빠져나갔다.
강민우는 현관에 서서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오래도록 노려보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장 발걸음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
___
그 시각, 서재.
고준서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 창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길게 뻗은 다리와 기댄 옆얼굴에는 기쁨도 분노도 아닌, 알 수 없는 냉혹한 빛이 스며 있었다.
손끝에는 담배가 걸려 있었다. 무심히 연기를 내뿜자, 뿌연 연기가 얼굴선을 가려 불온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시선은 한동안 창밖에 머물렀다. 양진성과 강아름이 떠나간 그 방향이었다.
강민우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감도는 음울한 기운에 숨을 삼켰다.
“도련님, 아가씨는 이미 데려갔습니다. 이제 신혜 씨도 안심하실 겁니다.”
고준서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드러난 목선 위로 담배 연기가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그 모습은 묘하게 퇴폐적이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강민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왜 아가씨를 돌려보내신 거죠?”
고준서는 담배를 비벼 끄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낙담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눈매를 좁히고 한마디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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