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화
깊은 밤, 우경 정원.
송하영이 다녀간 뒤에도 안신혜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어느새 한밤이 되었고 문 여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안신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옆으로 돌려, 잠든 것처럼 눈을 감았다.
두터운 카펫 위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잦아들었다.
침대 곁에 그림자가 드리웠고 묵직한 시선이 얼굴 위에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안신혜는 저도 모르게 속눈썹을 파르르 떨렸다.
‘오늘 아침 그렇게 다퉜는데, 오늘 밤엔 머물지 않겠지... ’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은 욕실로 향했다.
안신혜는 그제야 눈을 번쩍 뜨고 놀란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침의 냉전 때문에 오늘은 오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왜...’
십여 분쯤 지났을까, 발걸음 소리가 다시 다가왔다.
안신혜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
이윽고 이불 한쪽이 들리더니, 침대가 미묘하게 꺼졌다. 곧 갓 씻고 나온 남자의 기운이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습기 어린 청결한 향이 밀려들었다.
곧이어 길고 강한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가볍게 끌어안는 게 아니라 저항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강압적이었다.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안신혜는 눈을 번쩍 뜨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쳐냈다.
그러나 강준혁은 잠깐 멈추는 듯하더니 다시 힘을 주었다. 가느다란 몸을 완전히 품 안에 가두고 도망칠 구멍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순간, 숨결이 얽혔고 온몸이 간질간질해졌다.
안신혜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돌려 그의 목에 입술이 닿지 않게 버텼다.
방 안은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먼저 입을 여는 순간, 이 기묘한 싸움에서 지는 것처럼.
안신혜는 작은 턱을 꼭 다문 채 완강히 버텼다.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맞서니, 짧디짧은 몇 분이 마치 몇 시간을 버틴 듯 길게 흘러갔다. 강준혁과 함께 있는 게 이렇게 힘겨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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