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화
창밖으로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이 가끔 차 안을 비췄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강준혁의 깊고 뚜렷한 얼굴선 위로 숨 막히는 냉기가 드리워졌다.
단단히 다문 입술에 움직임이라고는 없었다.
끝없이 절제된, 극단의 차가움이었다.
양진성은 알고 있었다. 강준혁은 언제나 무표정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럴수록 더 위험했다.
침묵은 곧 폭풍 전야였다.
저녁 무렵 추모공원에 들어간 뒤로 지금까지 강준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흘러나오는 기세만으로도 양준성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매년 안씨 가문의 장녀를 보러 추모공원에 가고는 했지만 올해 강준혁의 상태는 유독 심각해 보였다.
그가 추모공원에서 나왔을 때의 얼굴이 떠올라 양진성은 다시 한번 몸이 굳었다.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무표정, 깊고 차가운 눈빛은 그 어떤 빛도 어떤 희망도 비추지 않았다.
끝 모를 심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싸늘하고도 무서운 눈빛이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안씨 가문 장녀의 기일을 앞둔 일주일 동안 강준혁은 아예 우경 정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고준서와의 갈등이나 안성 그룹 관련 일 외에는 거의 대부분을 추모공원 근처의 은밀한 저택에서 보냈다.
그 저택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강아름조차 가 본 적이 없었다.
매년 기일 전후로 그는 그곳에 머물며 세상을 떠난 여인을 곁에서 지켰다.
올해는 무려 일주일이나 묵었다가 오늘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양진성은 땀이 밴 손으로 핸들을 조여 잡으며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
“강 대표님...”
뒷좌석, 왕 같은 권위를 품은 사내는 여전히 침묵뿐이었다.
양진성은 표정을 확인할 수 없어 막힌 목을 한 번 가다듬고 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안씨 가문 쪽에서 안재희 씨가 몇 번이나 연락을 주셨습니다. 언제 저녁 식사 가능하신지 여쭤보셨고요. 또 안씨 가문 내외도 저에게 직접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뒤는 여전히 적막뿐, 마치 그 말을 들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