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화
안신혜의 눈에 비친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상처투성이 몸으로 거리를 떠도는 떠돌이 강아지 같았다.
그가 사람에게 수없이 쫓기고, 미움과 폭력을 당하며, 결국 모든 것에 적개심을 품을 수밖에 없던 존재처럼 느껴졌다.
설령 선한 의도를 품은 이가 다가오더라도, 너무 많은 배신과 속임을 겪은 탓에 그 손길을 쉽게 믿지 못하는 슬프고 왜곡된 생존 본능이었다.
안신혜는 그를 바라볼수록 가슴이 미어졌다.
“날 믿어 줘. 난 널 해치지 않아. 만약 내가 널 다치게 한다면... 그땐 다시 날 물어도 돼.”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아가씨, 그러다 또...”
“신혜 씨, 위험해요!”
강민우와 백인우가 동시에 긴장된 눈빛으로 그녀를 막아섰다.
그러나 안신혜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녀의 손등에는 여전히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 피가 굳은 상처가 드러나자, 아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잔디를 움켜쥔 아이의 손가락 끝에 힘이 실렸다. 흙이 파고들 만큼 강했지만, 끝내 그녀의 손길을 또다시 물어뜯지는 않았다.
안신혜의 손바닥이 아이의 팔에 닿았다.
차갑고 단단히 굳어 있던 근육이 느껴졌다. 여전히 팽팽히 긴장했지만, 완전히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아주 조금은 받아들이려는 기색이 숨어 있었다.
안신혜는 상처 입은 손으로 버겁게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풀어냈다.
송하영이 다가오려 하자, 아이는 곧장 고개를 치켜들어 짐승 같은 눈빛으로 노려봤다.
금세라도 달려들어 찢을듯한 시선이었다. 송하영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정말 사납네.”
안신혜는 숨을 고르며 부드럽게 답했다.
“괜찮아. 곧 끝나.”
마지막 허리에 묶인 모래주머니를 풀 때, 그녀의 몸이 아이 쪽으로 기울었다.
흘러내린 갈색 머리칼이 아이의 어깨를 스치며 시야를 덮었다.
아이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지만 눈빛은 흔들렸다. 외면하려 했으나, 무의식적으로 그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스치듯 전해진 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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