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아이의 날 선 반항과 끝없는 몸부림은 결국 마음속 깊은 두려움과 불안을 감추려는 몸짓일 뿐이었다.
새까맣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분명 그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기억과 상처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안신혜는 고개를 숙여 아이의 매섭고 거친 눈빛을 마주했다. 그 속에서 짜증이나 분노는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을 죄어온 건, 그저 견딜 수 없는 연민과 아픔뿐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쥔 듯,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뻐근했다.
그녀의 저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아, 그를 짓누르는 어둠에서 구해내고 싶었다.
이건, 그녀 스스로조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왜 이런 마음이 솟구치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아이를 지켜내려는 그녀의 태도는 백인우와 강민우만 놀란 게 아니었다. 허공에 매달린 채 몸부림치던 아이조차 잠시 몸을 멈추고 낯설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누구지? 나를 훈련하던 두 사람들조차 고개를 숙이는 여자... 그런데 왜 나를 지켜주려 하는 걸까?’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주름진 미간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악의를 먼저 의심했다.
‘이 여자도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날 해치려는 거겠지.’
그런데 이상했다. 그녀에게선 어떤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거 같았다.
그 눈길은, 과거 보육원에서 괴롭힘이 끝난 뒤 구석에 숨어 잠시 햇빛을 받던 순간처럼 묘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자신을 잠시라도 안전하게 지켜줄 것만 같았다.
아이의 시선은 잠깐 흔들렸으나, 곧 다시 날카롭게 매서워졌다.
‘아니야. 속지 마. 이 여자도 결국 똑같아. 언젠가 날 해치려 들 거야. 반드시 그럴 거야.’
결국 아이는 이를 드러내며 다시 백인우에게 날카롭게 반항했다.
백인우가 혀를 끌끌 찼다.
“아가씨, 보세요. 얘 좀 보라니까요. 죄책감은커녕 이빨을 드러내고 성질을 부려요. 안 되겠네, 진짜 혼을 내야...”
“풀어주세요.”
안신혜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
백인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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