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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준혁의 눈빛이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여우 같은 여자라고?” 그의 시선이 다시 병상에 누운 안신혜에게 향했다. 희뿌연 병원복을 입은 그녀는 얼굴까지 창백했고 원래도 왜소한 몸은 헐렁한 옷 안에서 더 작아 보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맑고 또렷했다. 강준혁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냉소가 흘렀고 그 차가운 웃음에 차유나는 본능적으로 몸이 굳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안 돼. 이런 모습 보여주면 안 돼.’ 강준혁 앞에서 자신은 언제나 얌전하고 순수한 여인이어야만 했고 이기적이고 질투에 눈이 먼 여자로 보이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차유나는 서둘러 표정을 바꿔 애처로운 눈빛을 머금고 급히 말했다. “준혁 씨, 그게 아니라 어젯밤 당신이 집에 안 들어가고 이 여자랑 같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어. 나는 당신의 약혼자이자 강씨 가문의 미래 며느리야. 이런 일을 그냥 모른 척 넘길 순 없잖아.”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연약한 척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그래서 이 여자에게 선을 지켜달라고 말하려고 온 거였어. 조용히 타이르려고 했는데 이 여자가 도리어 날 심하게 모욕했어. 그래서 경호원들한테 조금만 본때를 보여달라고 한 것뿐이야...” 마치 자신은 피해자라도 되는 양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억지스러운 연기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내려다보던 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주변의 경호원들을 훑었다. 그 어둠 같은 시선에 경호원들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고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강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의 냉혹함은 단순한 소문만이 아니었다. 경호원들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고 아까의 거침없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모습을 본 양진성은 비웃듯 말했다. “내가 뭘 기대했지. 역시나 쓸모없는 놈들뿐이네. 흥, 재미도 없군.” 그 조롱에 차유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곧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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